금융자산 10억 이상 18만명
서울에 45%… 강남 3구만 3만명
평균자산, 부동산 29억 금융 22억
서울 강남구에 살고 있는 55세 남성 A씨는 작년 말 기준으로 금융자산 22억3,000만원, 부동산자산 29억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자산 중에는 10억5,000만원을 현금이나 예ㆍ적금으로 보유하고 있고, 6억8,000만원은 주식과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나머지는 투자ㆍ저축성 보험 등이다. 부동산 자산 가운데 11억6,000만원은 현재 거주 중인 아파트이고, 나머지 17억4,000만원은 상가나 오피스텔 임대 등 투자 목적의 부동산이다. A씨는 향후 가장 선호하는 투자처로 부동산, 그 가운데 상가를 꼽고 있으며 해외투자를 선택한다면 중국을 가장 유망한 지역으로 판단하고 있다.
A씨는 8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5 한국 부자보고서’에 근거한 한국의 가장 ‘평균적인 부자’의 모습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이 넘는 우리나라의 부자는 전체 국민 가운데 상위 0.35%에 해당하는 18만2,000명으로 이들은 1인당 평균 22억3,000만원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 부자들의 보유자산 구성비는 부동산 자산이 52.4%로 가장 많고, 금융자산은 43.1%로 나타났다.
금융자산의 구성비를 살펴보면, 현금과 예ㆍ적금이 47.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주식(16.0%), 펀드(14.5%), 투자ㆍ저축성 보험(14.4%) 등이 뒤를 이었다. 부동산 자산의 경우 거주용 주택ㆍ아파트ㆍ오피스텔이 39.7%로 가장 많았고, 빌딩ㆍ상가(25.9%), 투자용 주택ㆍ아파트ㆍ오피스텔(23.2%), 토지(10.9%) 등이 뒤를 이었다.
노현곤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자산은 일정 금액을 안전한 예금 등에 넣어둔 후 남은 자금으로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부동산은 투자 목적의 자산 비중이 60%에 달한다”고 해석했다. 자산 규모가 큰 부자일수록 이 같은 경향이 강했다. 부동산 자산이 50억원 미만인 경우는 투자용 부동산 비중이 54.0% 수준이었으나 50억~100억원은 65.5%, 100억원 이상은 76.4%까지 상승했다.
이는 부동산의 투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자들이 현재 보유 중인 투자용 부동산의 연평균 수익률은 5.91%에 달했다. 이는 펀드(3.80%)와 주식(4.08%), 예적금(2.40%), 신탁ㆍELS(3.82%), 투자ㆍ저축성보험(3.53%) 등 금융자산의 연평균 수익률에 비해 월등히 우월한 성적표다.
당연히 앞으로의 투자 계획에서도 부동산 선호 현상이 뚜렷했다. 자산 운용과 관련해 ‘국내 부동산을 늘리겠다’는 응답이 24.3%로 해외 펀드(12.5%)나 국내 주식(11.3%)을 크게 웃돌았다. 이들이 국내 부동산 중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꼽은 것은 상가(25.8%), 아파트(15.8%), 오피스텔(14.3%) 순이었다.
다만 한국 부자들의 이 같은 ‘부동산 사랑’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감지된다. 저금리와 부동산 경기 부양책 등의 영향으로 선호도가 여전히 높지만, ‘부동산으로 큰 수익을 내던 시절은 지났다’는 인식 또한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번 조사에서 부자 10명 중 7명(69%)은 ‘앞으로 부동산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고 답했다. 실제 부자들의 자산비중도 작년 조사에 비해 부동산 자산은 3.3%포인트 줄어든 반면 금융 자산은 3.9%포인트 늘었다.
해외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도 특기할 만한 대목이다. 한국 부자 중 해외 직접투자 의향을 가진 비율은 32.3%로, 전년 대비 5.0%포인트 증가했으며 금융자산이 클수록 직접투자 의향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해외투자 의향이 있는 국가로는 중국(56.6%)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인도와 베트남, 캐나다, 뉴질랜드 등에도 관심을 보였다. 직접투자 방법으로는 주식 42.6%, 부동산 27.9%, 사업체 진출 18.6%, 채권 10.9%를 선호했다. 노 연구위원은 “최근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의 글로벌 주식 시장 상승에 따른 해외 투자 기대가 커졌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부자들의 지역별 분포는 전체의 45.2%인 8만2,000명이 서울에 거주했고, 그 중 37%인 3만명 가량이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3구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부자들이 은퇴 후 적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한달 생활비는 현재 지출액의 70% 수준인 평균 696만원(연 8,357만원, 가구 기준) 정도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일반가구(218만원)의 3.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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