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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도시 고조와 얽힌 야릇한 인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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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도시 고조와 얽힌 야릇한 인연 이야기

입력
2015.06.0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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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에서 혜정(오른쪽)은 일본 소도시에서 만난 청년 유스케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도시의 매력에 빠져든다. 인디스토리 제공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에서 혜정(오른쪽)은 일본 소도시에서 만난 청년 유스케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도시의 매력에 빠져든다. 인디스토리 제공

움직이나 움직이지 않는 듯하다. 11일 개봉하는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정중동의 영화다. 별스러운 이야기를 다루지 않으면서도 강한 뒷맛을 남긴다. 자극적인 조미료 같은 장면도, 강렬한 인간 관계도 없이 슬며시 가슴으로 스미며 묘한 정서를 빚어낸다.

영화는 두 개의 사연으로 이루어져 있다. 공간적 배경은 일본 나라현의 소도시인 고조다.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영화감독 태훈(임형국)이다. 고조에 대한 영화 의뢰를 받은 것으로 여겨지는 태훈은 고조 시내를 돌며 소재를 찾는다. 40년 동안 카페를 운영해온 노부부의 사연을 듣고, 시공무원으로부터 퇴락한 도시의 사연과 젊은 시절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토박이 중년으로부터는 초등학교 시절 첫사랑에 대한 사연을 들으며 고조에 얽힌 사람들의 정취를 깨닫는다.

두 번째 사연의 주인공은 젊은 한국여성 혜정(김새벽)이다. 아무 것도 없는 도시를 여행하고 싶어 고조를 찾은 혜정은 우연히 동행하게 된 유스케(이와세 료)로부터 도시 전설을 전해 듣는다. 도쿄에서 나고 자랐으나 고조에 정착해 감을 재배하는 유스케의 특별한 안내를 받으며 혜정은 오랜 연인과 데이트를 즐기는 듯한 감정에 휩싸인다. 그리고 유스케는 혜정에게 특별한 고백을 하게 된다.

영화는 별개의 사연을 통해 미지의 도시 고조의 매력을 전한다. 홍수에 휩쓸려 수많은 사람들이 숨진 아픈 과거, 가뭄 ‘덕분’에 노파와 스님이 맺어진 전설 등이 생겨난 도시의 역사가 드러난다. 인적조차 드문 도시의 신화적 기운과 겪지 않은 과거에 대한 알 수 없는 향수와 남녀의 야릇한 감정이 포개지고 섞이며 가슴 속에 봄바람을 불러일으킨다.

‘회오리 바람’(2009)과 ‘잠 못 드는 밤’(2012)으로 독립영화계의 실력파로 주목 받은 장건재 감독의 신작이다. 일본 나라국제영화제의 지원을 받았다. 자칫 일본 소도시 홍보영화로 전락할 수 있는 제작 환경이었으나 장 감독은 차분한 연출력으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낸다. 열차나 버스에서 무작정 내려 당도한 무명의 도시를 완보하는 듯한 느낌을 전하는 영화다. 전체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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