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접 주택의 일조권을 침해한 상태에서 베란다를 불법 증축했다면 이를 철거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이 일조권 침해 손해배상과 함께 건물 일부의 철거를 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 윤강열)는 서초구 방배동 A빌라 1, 2층의 4세대 소유자 7명이 B빌라 건축주 2명을 상대로 낸 베란다 확장 부분의 철거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홍모씨 등 7명은 2009년 지상 6층 규모 A빌라 4세대를 분양받아 살고 있다. 이 빌라 남쪽에는 지상 2층 규모의 단독주택이 있었는데, 김모씨 등 2명이 2013년 10월 이곳을 사들여 허문 뒤 지상 4층 규모의 B빌라 신축공사에 들어갔다. 단독주택이 있던 당시 비교적 양호했던 A빌라의 일조가 B빌라 신축으로 침해 받는 상황에 놓이자, 홍씨 등은 김씨 등을 상대로 일조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소송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0월 B빌라가 준공됐고 김씨 등은 건물 사용승인 직후 3층과 4층의 면적 차이로 생긴 여유 공간 23.23㎡에 알루미늄 기둥과 샌드위치패널로 베란다를 불법 증축했다. 이에 홍씨 등은 일조권 침해 손해배상에 더해 확장된 베란다의 철거를 청구했다.
재판부는 확장된 베란다가 준공검사 후 불법 증축된 것이며 건축법령상 일조권 사선 제한 규정을 위반해 설치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빌라 201호는 B빌라만 신축돼 있는 상태보다 증축된 베란다로 인해 일조시간이 총 34분, 연속 일조시간은 1시간 13분 감소돼 일조방해의 정도가 더욱 심화됐다”며 “201호 소유자는 일조권의 침해를 막기 위해 피고들을 상대로 증축 부분의 철거를 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B빌라의 신축으로 일조방해가 수인한도를 넘었다고 판단하고 B빌라 건축주 김씨 등은 A빌라 1, 2층 소유자인 홍씨 등에게 손해배상금 총 8,07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 감정 결과 A빌라의 101호와 102호는 3시간 이상이던 총 일조시간이 B빌라 신축 이후 각각 11분, 15분으로 줄었고, 201호와 202호는 총 4시간 이상에서 각각 1시간 48분, 56분으로 줄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동지(冬至)를 기준으로 오전 9시∼오후 3시 연속 2시간, 또는 오전 8시∼오후 4시 총 4시간의 일조량이 확보되지 않으면 일조권 침해이다. 재판부는 “김씨 등은 A빌라와의 일조방해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B빌라를 신축해 A빌라의 총 일조시간이 급격히 축소됐다”고 판시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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