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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 이끄는 은둔형 CEO "완벽하게 평범한 삶 사는 게 나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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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 이끄는 은둔형 CEO "완벽하게 평범한 삶 사는 게 나의 철학"

입력
2015.06.0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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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부호 아만시오 오르테가

직원 소통에 집중하며 소박한 삶

세계 어디를 가나 맛 볼 수 있는 패스트푸드를 ‘맥도날드’라 한다면 가장 손쉽게 마주할 수 있는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자라(ZARA)’다. 세계 88개국에 약 6,500개 매장을 갖고 있는 ‘자라’는 스페인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SPA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자라’ 창업자는 단숨에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뽑은 2015 세계 부자순위 10위에 올라 투자의 대가라 불리는 워런 버핏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쯤 되면 창업주가 언론 인터뷰나 여러 공식석상에 얼굴을 내비칠 만도 하다. 그러나 단 한 번도 그런 공적인 장소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2011년 초 퇴임 때는 쪽지 한 장으로 퇴임식 및 퇴임사를 대신했다. 브랜드 ‘자라’는 세계적으로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정작 창업주를 아는 이는 스페인에서도 극히 드물다.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갖고도 “완벽하게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 평생의 철학이라는 이 사람은 아만시오 오르테가(79)다.

오르테가가 다른 세계적인 기업가들과 달리 소박한 삶을 지향하며 ‘은둔생활’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그는 ‘자라’의 성공이 단순히 자신의 탁월한 경영능력 때문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한다. 대신 사철 내내 파란 블레이저에 하얀 셔츠, 회색 바지를 입고 출퇴근 길에 올라 직원들과 소통에 집중했다.

자신을 숨겨서 ‘자라’가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하려는 그의 태도는 입버릇처럼 말한 “노력과 헌신이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으며 나도 그 중 한 사람일 뿐”이라는 말에서도 잘 나타난다.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구설에 휘말리지 않고 사업을 키우는 데 집중한 오르테가 회장의 경영 방식이 ‘자라’ 급성장의 배경”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오르테가의 이런 고집은 경영 방식에도 나타난다. ‘패스트패션’의 개념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한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제공하라’는 원칙 아래 생산에서 유통까지 시간을 기존의 절반인 3개월로 단축시킨 ‘자라’가 사실상 만들어낸 것이다. 오르테가는 또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을 통해 신상품을 2주에 한 번 꼴로 내놓도록 했다. 그 결과 다른 패션 브랜드가 해마다 2,000~4,000여 종의 신상품을 내놓을 때 ‘자라’는 무려 1만1,000여종을 선보인다.

옷이 빠르게 순환되니 고객들이 자라 매장을 찾는 횟수도 연 평균 17회로 경쟁사(3회) 보다 월등히 많다. 오르테가의 독특함으로 ‘자라’는 현재 캐주얼 브랜드 ‘풀 앤드 베어’‘마시모 두띠’, 속옷 브랜드 ‘오이쇼’ 등 8개 의류 브랜드를 가진 거대 패션기업으로 성장해 매년 1조8,000억달러(2,000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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