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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SK하이닉스 노조의 결단

입력
2015.06.0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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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들! 삼촌들! 좋은 일자리 독점 말고 조금만 나누어주세요.” 대한민국청년대학생연합이 올 봄 민주노총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열면서 내걸었던 애절한 현수막 내용이다. 대학생연합은 당시 “대기업 귀족 노조가 퇴직자는 물론, 현직 조합원과 장기근속자 가족까지 우선 채용하거나 가산점을 주도록 하는 도덕적 해이의 전형을 드러냈다”며 “단지 노조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직계 가족의 고용에 특혜를 준다는 것은 수많은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을 빼앗아가는 몰염치한 행태”라고 주장했다.

▦ SK하이닉스 노사가 임금 인상분을 협력사와 공유하는 국내 최초의 상생협력 모델을 도입했다. 2015년 임금협상을 타결하면서 임금 인상분의 20%를 협력사 직원의 처우 및 안전ㆍ보건환경 개선에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일부 기업에서 협력사와 성과공유제를 운용한 적은 있지만 인상된 임금 일정액을 협력사 구성원에게 직접 지원하는 것은 유례가 없다. 때문에 노조도 사회적 책임의식을 갖고 자기 몫을 양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 SK하이닉스는 올해 임금인상 재원 3.1% 중 노사가 각각 10%인 0.3%포인트씩 총 0.6%포인트 만큼의 비용을 협력사에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 구성원의 실제 임금인상률은 2.8%로 줄어든다. 이 재원을 이천ㆍ청주사업장 협력사 4,000여 직원의 임금인상과 복리후생, 안전ㆍ보건환경 개선에 쓰겠다는 것이다. 연간 1인당 150만원 정도다. 또 도시-농촌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도입, 임직원에게 1인당 30만원씩 연간 100억 원 상당의 농협 친환경 농산물 구입권도 제공한다.

▦ 우리 노동개혁은 정규직 노동조합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청년실업문제 해결이나 비정규직의 처우개선 등의 문제가 기존 정규직 노조의 장벽에 철저히 가로막혀 옴짝달싹 않고 있다. 중소제조업체 직원의 임금은 대기업 직원의 50% 를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만큼 노동자들간에도 양극화로 인한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그래서 SK하이닉스 노조의 결단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노동개혁의 다양한 쟁점분야에서 대기업노조의 정의로운 양보와 결단을 기대해본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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