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 본보 인터뷰… 발목 부상 털고 다시 나래 펴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1ㆍ연세대)가 걸어 가고 있는 길은 모두 역사가 된다. 2012 런던 올림픽 5위,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국제체조연맹 세계선수권 동메달, 월드컵 시리즈 금메달 등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처음으로 수많은 쾌거를 이뤘다. 불모지에나 다름없던 한국 리듬체조는 손연재의 후광효과로 ‘포스트 손연재’ 천송이(18), 이나경(17ㆍ이상 세종고) 등 기대주들이 등장했다. 미국의 CNN은 지난달 초 ‘인간에서 영웅으로’의 방송 편에 손연재를 소개하면서 “한국의 매력적인 요정이자 새로운 스포츠 연인”이라고 조명 하기도 했다.
5세 때부터 리듬체조를 시작한 손연재는 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리듬체조는 나의 전부라서 다른 것을 하는 모습은 잘 상상이 안가요”라고 밝혔다. 이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4 세계선수권 대회를 꼽으면서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따는 것은 정말 꿈만 같은 일이었고, 아시안게임 역시 워낙 오래 준비하고 제 스스로도 기대를 했던 대회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 그만큼 기분이 좋았어요”라고 돌이켜봤다.
2016 리우 올림픽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손연재는 올해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먼저 초점을 맞췄다. 당장 10일부터 13일까지 충북 진천에서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열리고, 7월에는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가 펼쳐진다. 손연재는 “국내에서 국제 대회가 열리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인 것 같아요”라며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발목 부상 이후 우려를 떨쳐내는 성과를 거뒀다. (손연재는 지난달 말 끝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월드컵에서 개인종합 동메달, 후프 종목 동메달을 획득했다)
“지난 4월 부상 이후의 첫 대회라 부담은 있었지만 비교적 좋은 성적을 내 만족스럽습니다. 어느 선수나 100%의 컨디션을 유지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지금의 몸 상태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잔부상이 많아 완벽하게 회복될 때까지 시간을 길게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
“물론 길게 휴식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시즌 중에는 현실적으로 장기간 휴식을 취하기가 어려워요. 힘든 상황 속에서 컨디션을 유지하고 부상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중요해요. 저도 남은 시즌 잔부상을 줄이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가냘픈 몸에서 강도 높은 훈련량을 이겨내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나.
“저에게 큰 기대를 하시는 분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고,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그 것이 큰 힘이 됩니다. 이러한 생각이 힘든 과정을 이겨낼 수 있는 원천입니다.”
-한국 리듬체조의 독보적 존재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이에 따른 부담감도 있을 텐데, 어떻게 극복하나.
“부담감을 가지기 보다는 관심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많은 관심이 힘이 돼주는 부분도 있어요.”
-리듬체조를 시작했을 때 목표로 세운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새로운 동기부여가 필요했을 텐데 어떻게 마음을 다잡았나.
“아시안게임은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무대이기 때문에 금메달 획득은 의미가 남다르고 행복했던 순간이었어요. 긴장이 풀리고 성취감에 잠시 마음의 여유가 생겼던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대표로서 최종 목표는 올림픽 무대예요. 새로운 출발을 하는 기분으로 비장하게 다시 시작 할 수 있었어요.”
-리듬체조를 하면서 가장 희열을 느낀 순간을 꼽는다면.
“아시안게임 개인 금메달을 획득했을 때와 작년 세계선수권 대회 후프에서 동메달을 땄던 경험이 기억에 남아요.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따는 것은 정말 꿈만 같은 일이었고 아시안게임 역시 워낙 오래 준비하고 제 스스로도 기대를 했던 대회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 그만큼 기분이 좋았어요.”
-포스트 손연재를 꿈꾸는 후배들이 많이 생겼다.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리듬체조에 대한 관심이 더욱 더 많아지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예전에 비해 리듬체조가 널리 알려진 것은 사실이지만 유럽에 비하면 여전히 관심이 적은 편이예요. 유럽만큼 우리나라도 리듬체조 강국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본인에게 초심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리듬체조를 처음 시작했던 순간과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첫 순간은 절대 못잊을 겁니다. 가끔 힘들고 지칠 때 그 설레던 첫 순간을 떠올리면 큰 자극이 됩니다.”
-만약 리듬체조를 안 했다면 지금의 손연재는 어떤 모습일까.
“리듬체조는 제 전부라서 다른 것을 하는 모습은 상상이 안가요. 리듬체조를 접하지 않았더라도 스포츠 쪽으로 활동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선수로서 손연재의 최종 목표는.
“현재 최종 목표는 2016 리우 올림픽입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아쉬웠던 만큼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는 반드시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요. 워낙 잘하는 선수들이 많고 힘든 부분도 있겠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 한다는 생각으로 꼭 좋은 결과를 얻고 싶어요.”
-창간 61주년을 맞아 새 출발을 하는 한국일보 독자들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해준다면.
“한국언론의 거목으로 성장한 한국일보에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언론사로서 많은 활약을 기대하고, 응원하겠습니다. 독자 분들도 61년 동안 그래왔듯이 꾸준히 한국일보를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파이팅!”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