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의 신곡 ‘뱅뱅뱅’은 첫인상이 강렬하다. 사이렌을 연상시키는 신시사이저와 함께 클럽 사운드로 문을 열면서 멤버들이 차례차례 등장해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그런데 후렴이 폭발할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된 순간 곡은 갑작스럽게 전환된다. 잔뜩 긴장한 트랩 풍 사운드 위에 “뱅뱅뱅” “빵야빵야빵야” 같은 가사가 등장한다. 너무나 어이없어서 ‘병맛’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 대목 때문에 곡에 대한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
빅뱅은 이전에도 이런 구조의 곡을 내놓았었다. ‘판타스틱 베이비’, 태양의 ‘링가링가’가 그러했다. 음악적 긴장을 제시하고 이를 해소하면서 추진력을 만드는 전통적 작곡법과는 다르다. 힘 있는 소절로 먼저 곡 분위기를 띄우고, 긴장을 해소해야 할 후렴에서 오히려 긴장을 부여한다. 자연히 무대에서 노래하는 이를 더욱 주목하게 되고, 역으로 가수의 무대 장악력이 부족하면 살려낼 수 없는 구조이다.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중요한 K팝에서, 이는 빅뱅이 개척한 독보적 곡 작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멜로디 라인이 선명한 전작들과 달리 ‘뱅뱅뱅’은 보컬을 확 비웠다. “뱅뱅뱅”이란 외침이 긴 공백을 남기고 반복되며, 이어지는 멜로디 역시 반주의 일부로 녹아 든다. 후렴의 낙차는 더욱 커졌고, 떨어진 구멍은 더 넓고 공허하다. 빅뱅이 지나치게 나간 것일까?
곡은 후반에 다시 급전환을 맞는다. 탄력적인 드럼과 거친 코러스, 날카로운 보컬과 함께 강렬하게 달려나간다. 가사는 댄스 음악의 클리셰로 파티 분위기를 환기하며 본격적인 난장이 펼쳐진다. ‘판타스틱 베이비’와 이 곡이 진정 다른 것은 이 때문이다. 빅뱅의 원천기술이던 뒤집힌 구조가, 다시 전통적인 긴장-해소의 구조로 돌아간다. 다만 시간단위가 확장됐을 뿐이다. 2분 43초 동안 애타게 한 뒤에야 만족감을 안겨주니 말이다. 다음 수록곡 ‘위 라이크 2 파티’까지 감안하면 더욱 긴 시간에 걸쳐 있다. 마치 “너무 오래 긴장하게 했지?”라며 미소 짓는 악동을 보는 듯하다.
요즘 대중음악은 30초 안에 사로잡지 못하면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초반부터 훅을 나열하는 형식이 이런 믿음에 기대 발달했다. 그러나 빅뱅은 이를 거부한다. ‘뱅뱅뱅’의 긴장은, 곡을 끝까지 다 들어 긴장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 때 극대화된다. K팝에 관심 있는 청자라면 빅뱅의 곡을 한 번만 듣는 일은 거의 없으리라는 계산일지도 모른다. 빅뱅이라면 어떤 음악이라도 무대를 휘어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일 수도 있다.
이 별스러운 곡에서 더욱 빛나는 것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 재창조의 욕망이다. ‘판타스틱 베이비’의 작법은 빅뱅의 중요한 음악적 성취였으나, ‘뱅뱅뱅’은 그것을 새롭게 질문한다. 닮았지만 정확히 반대되는 형식을 통해 더욱 큰 매력을 이끌어낸다. ‘뱅뱅뱅’은 ‘빅뱅 스타일’이 갱신되는 순간이다. 과감한 시도와 섬세한 엔지니어링이 그 비결이다.
미묘ㆍ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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