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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에 와? 몰라… 딱 두마디 대화만 나눠 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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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에 와? 몰라… 딱 두마디 대화만 나눠 놀라"

입력
2015.06.0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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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족은 너무 조용해요. 그게 처음에는 정말 어색했어요.”

다음달 한국인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프랑스인 A(29)씨. 한국 가족에 대한 그의 첫 인상이다. A씨는 2011년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우리나라에 와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났다. 3년 전 서울 강남의 남자친구 집에 처음으로 우연히 가게 된 날 가족의 대화는 딱 두 마디였다. 데이트 중 잠시 집에 들러 자신의 방에서 볼 일을 마치고 현관문을 나서는 남자친구에게 어머니가 “몇 시에 들어오냐”고 묻자, “몰라”라고 대답한 게 전부였다. A씨는 “남자친구를 기다리며 조용한 거실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게 너무 불편했다”며 “지금은 서로 간의 사랑이 어떤 정도인지 느낄 수 있지만 당시엔 남자친구 가족이 서로 말도 안하고 미소조차 짓지 않아 차갑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프랑스 가족은 한국과 정반대”라며 “서로 농담하며 웃는 등 부모와 정말 친하게 지낸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선 만 18세가 되면 독립하는 게 보편적이라 부모와 떨어져 지낸 A씨는 “혼자 살면서도 부모와 매일 통화하고, 일주일에 한번씩은 만났다. 성(性) 문제 등에 대한 고민도 거리낌없이 터놓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남자친구도 프랑스에서 A씨의 가족을 만난 후 많이 놀랐다고 한다. A씨는 “남자친구가 ‘가족끼리 이렇게 대화를 많이 하고 웃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하더라. 결혼해서 우리도 이런 가족 분위기를 만들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가족은 자신의 감정을 마치 비밀인 것처럼 보여주지 않아, 서로 사랑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며 “부모와 자녀가 서로 사랑한다는 표현도 안하고 지내는 데 과연 행복한가?”라고 물었다.

유교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아시아인들의 눈에도 한국 가족의 모습은 낯설다. 올해 3월까지 서울의 한 가정에서 1년간 홈스테이를 한 천징유엔(27ㆍ대만인)은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한국과 대만 가족은 비슷한 점이 많다”면서도 “한국은 아버지가 가부장적이고 무뚝뚝한 반면 대만은 부부가 함께 자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 집안일과 육아를 분담하기 때문에 아버지와 자녀가 무척 친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닌 그는 “미국 가족은 각자 독립적인 성향이 강해 개개인을 존중하는데 한국 가족은 자녀의 교육과 결혼에 대해 부모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입국해 서울의 한 가정집에 머물며 한국을 여행한 싱가포르인 조안나 웡(48)은 “저녁 식사를 가족이 함께 하지 않는 것이 싱가포르 가족과 가장 큰 차이”라며 “한국 가족은 너무 바빠 만날 시간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는 오후 5,6시쯤 퇴근해 저녁 식사는 가족들과 함께 먹는데, 회사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해 주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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