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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가 재창간을 선언합니다

입력
2015.06.0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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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가 오늘 국민과 독자 앞에 감연히 재창간을 선언합니다. 1954년 6월9일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새벽 첫 신문을 찍어낸 지 꼭 61년이 되는 날입니다. 통상 한 세대를 30년으로 볼 때, 3세대 한국일보가 다시 담대한 첫발을 내딛는 기념비적인 순간입니다.

돌이켜보면 1세대는 끊임없이 참신한 시도와 실험으로 한국일보를 단기간에 최정상으로 올린 성취의 역사였습니다. 그러나 2세대 후반은 방만, 비리경영으로 빛나는 성취를 허문 시련기였습니다. 그 마지막 2년은 이런 상황을 더는 감내할 수 없었던 기자, 임직원들이 나서 십 수년 적폐를 씻고 재탄생의 기반을 마련한 산고의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일보는 이제 언론에 대한 이해와 신념, 능력이 확고한 새 경영진과 합리적 시스템을 갖추고 더 이상 흔들림이나 머뭇거림 없이 자신 있게 새 날을 엽니다. 한국언론사의 기적이라고 할만한 한국일보의 부활은 전적으로 국민과 독자 여러분의 전폭적인 지원 덕이었음을 상기합니다.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재창간에 즈음해 61년 전 오늘 한국일보의 창간사설 신문은 누구도 이용할 수 없다를 다시 읽습니다. ‘신문이 구비해야 할 공정, 신속, 용기와 친절의 제(諸)요건의 기본은 정의와 양심’이며 ‘주권재민(主權在民)의 기본인권을 보장’키 위해 ‘항시 권력을 감시하면서 민중보호에 극력 대변하려 한다’는 다짐입니다. 사설은 ‘진실하고도 확인한 사실만을 보도함으로써 …신문의 본도(本道)를 가고자 한다’며 ‘시시비비(是是非非)의 필봉을 가다듬기 전에 신문은 누구도 이용할 수 없고 억제할 수 없다는 신조를 거듭 선언하여 둔다’로 끝을 맺습니다.

선언은 곧 신문은 누구도 이용할 수 없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로 확장됩니다. 말할 것도 없이 전자는 권력이고, 후자는 국민입니다. 지금 누가 저널리즘의 존재이유를 물어도 이 이상의 대답이 없을 놀라운 탁견입니다. 현대사의 숱한 질곡 속에서도 한국일보는 이 선구적 창간정신을 망각한 적이 없습니다. 이 정신에 바탕한 불편부당, 정정당당한 보도의 원칙은 한국일보의 태생적 유전자로 각인돼 있습니다.

한국사회가 극심한 정파, 이념, 지역, 세대, 계층 갈등의 덫에 갇혀있고, 언론이 도리어 당사자 역할을 해왔다는 것은 다들 아는 바입니다. 이 틀을 깨기 위해 한국일보는 유일의 중도 정론지라는 정체성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입니다. 어떤 치우침도 편견도 없는, 오직 공정한 시각으로 바른 균형자 역할을 하겠습니다. 갈등의 생산, 조장자가 아니라 공존과 통합의 조정자로서, 끝내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행복한 국가사회로 이끄는데 힘을 다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오늘, 창간 사시(社是)에 더하는 한국일보의 재창간 정신은 통합, 공존, 사람입니다.

신문 사양론은 전달수단의 변화를 확대한 착시일 뿐, 공정하고 정직하며 친절한 언론에 대한 욕구는 도리어 더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저널리즘의 본령을 확고히 세우는 일과 함께, 시대흐름에 맞춰 획기적인 디지털 언론환경을 개척하는 일에도 앞장 서고자 합니다. 필요한 정보를 모두가 신속 정확하게 공유하고, 양질의 정보생산에도 자유롭게 참여하는 미래 미디어체계를 구축하는 데 진력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정보의 일방적 판단자, 공급자가 아니라 판단과정을 공유하고 독자가 원하는 정보를 살피는 수용자 우선의 원칙을 구현하겠습니다. 이 모든 지향 또한 ‘신뢰와 소통’이라는 언론의 본래 가치에 더 충실하고자 함입니다.

물론 약속과 다짐들은 하루 아침에 다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일보가 창간 이후 그래왔듯 끊임없는 시험과 혁신을 통해 조속히 실현토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기대와 애정으로 지켜봐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그 동안 한국일보의 부활과 새로운 출발을 기꺼이 돕고 격려해주신 국민과 독자 여러분께 거듭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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