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면서 운동하는 환경도 많이 달라졌고, 운동법도 다양해지는 등 '운동의 대중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비만인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보기 힘들었던 퍼스널 트레이닝도 많이 활성화 되었는데도 말이다.
예전에 내가 헬스클럽을 처음 접할 때만해도 퍼스널 트레이닝을 직업으로 가진 트레이너들이 거의 없었다. 그 때는 배가 불룩하고 팔뚝이 엄청 굵은 관장님이 나를 맞아줬었다. 비록 머리숱이 좀 없고 배는 나왔지만 엄청난 가슴근육과 팔뚝만 봤을 때는 과거에 운동으로 한 가닥 했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어쨌든 간판마저 허름한 동네 헬스장에서 '엄청난 과거'를 가지고 있는 관장님이 혼자서 여러 명의 회원들을 관리하곤 했었다. 운동도 알려주고 인생 상담도 해주고 가끔은 옥상에서 삼겹살 파티도 하면서 말이다.
요즘은 어떠한가? 기구도 최신식이고 잘생기고 예쁘고 멋진 몸매를 가진 트레이너들이 개인 PT도 하고 먹는 것 까지도 관리해준다. 그러고 보면 아날로그세대의 헬스클럽과 디지털세대의 헬스클럽 문화도 많이 달라졌다. 이 두 가지를 다 접해본 나로서는 요즘 헬스클럽이 좋기는 하지만 가끔은 예전의 그 헬스클럽이 그립기도 하다. 과거에 대한 향수랄까?
요즘은 PT 문화가 활성화 되면서 운동을 처음 하는 사람들도 운동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되고 전문적인 지식을 얻기도 수월해졌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뭔가 헬스클럽 안에서의 가족같은 분위기가 사라져간다고 해야 하나? 예전에 내가 처음 갔던 헬스클럽은 동네에 있던 ‘개봉 헬스’ 였다. 밤만 되면 헬자에 불이 안들어와서 ‘개봉 스’ 로 보였다. 3층을 걸어서 올라가면 아까 말했던 엄청난 근육을 가졌지만 배가 나오고 머리가 살짝 벗겨지신 푸근한 관장님이 피로 회복제 박카X를 건내주며 환한 미소로 맞아주었다. 회원이 많지 않아 그 곳에 오는 모든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헬스장엔 옷도 직접 가져가야 해서 각양각색의 패션도 볼 수 있었다. 몸도 별로 안좋은데 성조기가 그려진 화려한 헬스팬츠와 가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얇은 끈 민소매 옷을 입은 아저씨도 있었고 자세는 신경안쓰고 엄청난 무게를 들어올리며 괴성을 질러대는 아저씨도 있었다. 또 동네 헬스클럽마다 한명씩 있는 몸짱 아저씨에게 조심스럽게 운동법을 물어보기도 했었고 관장님이 가끔 기분 좋으면 나와서 운동에 대한 일장 연설을 늘어놓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분위기가 참 재미있었다.
지금은 그 때에 비해서 좀 각박해진 느낌이다. 사람도 많고 회원들마다 일일이 인사하는 문화도 없어졌고 트레이너들도 자기가 맡은 회원들을 관리해주느라 분주하다. 헬스클럽의 규모가 커지고 전문화되면서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이긴 하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 같은 것이 있다.
내가 과거의 헬스클럽을 그리워하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그 때는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치며 스스로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요즘이야 PT를 받으며 트레이너들로부터 정보를 얻고 운동도 시키는 대로 하면 되지만 예전에는 스스로 알아가야 했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동작들을 완벽히 익히고 자신의 스타일을 스스로 만들어갔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서 하는 맛이 좀 사라졌다. 트레이너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 것이다. 트레이너가 옆에 없으면 운동을 잘 못하거나 시키는 대로 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스스로 하는 운동에는 만족을 못할 수도 있다. 솔직히 비용적인 부담도 있을 수 있다. 만약 일 년 내내 PT를 받는다면 비용도 무시 못 할 것이다.
어느 정도 PT를 받아서 방법을 익히면 스스로 할 줄도 알아야 한다.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운동도 홀로서기가 가능해져야 한다. PT에 익숙해져 있어서 나중에 혼자서 하는 운동에 적응을 못하면 운동을 지속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PT를 받는 사람들은 PT의 좋은 점을 잘 이용하고 더불어 자기 혼자서도 충분히 운동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개봉헬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시절 그 관장님은 지금 잘 계시는지 안부가 궁금해지는 밤이다.
개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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