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자전거를 타고 여의도 한복판에 나타났습니다.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부터 오찬 기자간담회가 있었던 여의도의 한 음식점까지, 수행원 없이 홀로 자전거를 타고 온 것입니다. 그가 몰고 온 자전거는 다름 아닌 전기자전거. 보름 전 만도에서 170만원을 들여 구입했다는 이 자전거를 타고 김 대표는 점심식사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여의도 한복판을 쌩쌩 달렸습니다. 와이셔츠 주머니에서 돋보기를 꺼내 쓰고 자전거를 살피는 세심함까지 보여준 김 대표는 이날 성공적으로 시운전(자전거를 구입하고 이날 처음 탔다)을 마쳤습니다. 공휴일이라 인적이 드물긴 했지만 지나가던 시민들도 자전거를 탄 김 대표를 보고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라 누군가 했는데 김무성씨네”라며 신기하게 쳐다보기도 했습니다.
김 대표의 지구사랑이 남다른 걸까요. 갑작스런 ‘자전거 바람’도 의아한데 왜 하필 전기자전거일까요. “이산화탄소도 절감할 겸”이라며 입을 연 김 대표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자전거 타고 다니며 유세하는 게 좋아 보여서 하나 살까 생각했는데 지역구인 부산 영도구에 오르막길이 많아서 전기자전거를 택했다”는 겁니다. 그는 이어 “의원회관이랑 국회 본청을 오갈 때도 타 보고 괜찮으면 여의도 자택에서 국회까지 오는 출근길에도 (자전거를) 이용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반응이 좋으면 전기자전거를 내년 총선 콘셉트로 내세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 대표의 '오른팔'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과 '왼팔'인 김학용 의원도 김 대표와 전기자전거를 함께 구매해서 지역구인 서울 강서을과 경기 안성을 이미 누비고 있다고 합니다.(애초에는 자전거에 새누리당 상징색인 빨간색을 도색하거나 명함을 크게 써붙이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모두 선거법에 걸려 접었다는 후문입니다) 하긴 서민적이고 친숙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자전거만한 것도 없습니다. 자전거 뒷좌석에 손녀를 태우고 봉하마을 시골길을 달렸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편한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찬찬히 살펴 ‘자전거 의원’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의 경우만 봐도 말입니다.
주목할 건 최근 들어 부쩍 잦아진 김 대표의 이미지 변신 시도가 예사롭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남다른 카리스마로 무성대장, 줄여서 ‘무대’라 불리는 그가 권위주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겁니다. 4ㆍ29 재보선 때는 빨간 앞치마에 머리 수건을 두르고 ‘새줌마’로 변신하더니 지난 3일 서울대 특강 때는 “점심을 굶더라도 사진은 찍겠다”며 특강이 끝나고 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줄지어선 대학생들과의 1대 1 셀카 촬영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그의 아킬레스건인 ‘야권 대권주자에 비해 낮은 인지도’도 점점 극복하는 분위기입니다. 앞서 그는 지난해 당 대표에 취임할 때부터 지도부의 특권인 공천권도 일찌감치 내려놓고 오픈프라이머리, 즉 상향식 공천을 실현시키겠다고 밝혀왔습니다. 지난달 헌정회 초청 강연에서는 “나는 대권 자격이 없다”며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정당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대권 불출마 선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러니는 그가 ‘특권을 내려놓는 일에 전념하겠다’며 불출마를 강조할수록 대권주자로서 그의 몸값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종의 특혜 거부, 특권 내려놓기로 비쳐지는‘전기 자전거 타기’도 ‘새줌마’에 이은 김 대표의 히트상품이 될 수 있을까요. 이번‘자전거 타기 행보’가 모두가 인정하지만 본인만 부인하는 그의 대권 가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벌써부터 많은 이들이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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