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확진자가 늘면서 극장가를 찾는 관객들도 감소했다. 일요일인 7일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는 주말답지 않게 한가한 모습을 띄었다. 임민환기자 limm@sorbiz.co.kr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공포가 도시를 휩쓸고 있다. 평소였다면 발 디딜 틈 없이 붐볐을 주말 서울 도심 곳곳이 텅텅 비어 황량했다.
7일 현재 메르스 환자가 하루사이에 14명이나 무더기로 늘어 모두 64명이 됐다.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는 1명 늘어나 모두 5명이 됐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이날 정부대책 발표를 통해 더 이상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메르스 공포가 당장 사그러드는 것은 아니다. 연예가도 예외는 아니다. 방송 영화 가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메르스 직격탄을 맞았다. 영화 관객수는 눈에 띄게 줄었고, 각종 행사들은 줄줄이 취소됐다. 매일 촬영장에 수백명이 모여 촬영을 하는 방송가는 대비책 마련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가수들 역시 공연을 취소하거나 무기한 연기했다.
한국스포츠경제에서는 메르스가 연예가에 미친 파장을 다각도로 살펴봤다.
▲방송
메르스 유행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 방송가다.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들은 한 두 사람이 아닌 팀으로 무리를 지어 움직이기 때문에 메르스 발병에 가장 예민하다. 지상파 3사를 비롯해 케이블ㆍ종편 채널 등의 드라마 제작진들은 예정된 촬영 일정을 소화하는 가운데 발병 지역에서의 촬영을 최대한 피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드라마의 한 제작진은 "메르스 사망자가 발생한 뒤로 발병 지역이나 발병 우려가 있는 공중시설에서의 촬영을 피하고 있다. 섭외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제작진들은 개인 위생 및 체력관리도 강조하며 촬영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드라마 촬영 대부분이 밤낮을 가리지 않는 강행군이라 개인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배우와 제작진들에게 최근 비타민을 돌렸다. 이전에 비해 휴식시간을 최대한 배려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규모 방청객을 유치하는 공개 방송 프로그램들도 메르스 관련 뉴스를 놓치지 않고 있다. 지상파 3사의 예능국 간부들은 공개 방송 녹화 여부를 두고 계획을 공유하기도 했다. 면역력에 취약한 대상층의 공개 녹화는 이미 취소됐다. KBS는 어린이 대상의 '누가 누가 잘하나'를 비롯, '도전 골든벨' '콘서트 7080' '가요무대'의 녹화를 취소했다. 3사의 공개 음악프로그램들(KBS2 '뮤직뱅크'ㆍ'유희열의 스케치북' MBC '쇼 음악중심' '복면가왕'ㆍSBS '인기가요')과 개그 프로그램(KBS2 '개그콘서트' SBS '웃찾사') 등은 일단 예정대로 녹화를 마쳤다. MBC '쇼 음악중심'은 6일 생방송 당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방청객의 입장을 불가하기도 했다.
▲영화
메르스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극장을 찾는 발걸음이 뚝 끊였다. 극장은 물론 개봉을 앞둔 영화들은 빨간 불이 켜졌다.
영화 투자·배급사 NEW는 오는 10일 개봉 예정이었던 '연평해전'의 개봉일을 24일로 연기했다고 알렸다. 관계자는 "최근 사회적 상황과 그에 따른 국민 정서를 고려해 부득이하게 개봉일을 변경했다"고 전했다. 8일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서해 수호자 배지 수여식 및 해군 시사회도 잠정 연기됐다. 같은 날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하기로 했던 '연평해전'의 VIP 시사회도 부득이하게 취소됐다.
다음달 2일 개봉 예정이었던 '뷰티 인사이드'도 '연평해전'과 홍보 시기가 겹치게 되면서 배급 일정을 조정하게 됐다. '연평해전'이 개봉을 늦추면서 배급사의 라인업 조정에 따라 도미노 효과로 줄줄이 여파가 미치게 된 셈이다.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면서 극장 관객 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 관객 수와 매출액은 각각 85만1,251명과 70억185만7,870원. 특히 5월에는 셋째 주 토요일인 16일부터 70억 이상의 매출액, 85만 명 이상의 관객 수를 기록하는 등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하지만 6월 첫째 주에는 상황이 급변했다. 6월의 첫 주말인 지난 6일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는 68만7,613명에 매출액은 58억3,886만8,191원에 머물렀다. 지난달 30일과 비교했을 때 매출액은 약 17%, 관객 수는 20% 가량 줄어든 수치다.
▲가요
가요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수백, 수천 명이 몰리는 사인회나 공연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이문세의 공연은 불과 하루 앞두고 연기됐다. 지난 5~6일 성남에서 예정됐던 공연은 출입구에 열감지카메라, 손소독제 등으로 대비책을 세웠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결국 11월로 미뤄졌다. 7일 분당에서 열리기로 했던 김장훈의 '최강 콘서트', 같은날 수원에서 계획된 바이브 패밀리 콘서트, 이은미 전국투어 공연 등도 급하게 취소 결정을 내렸다.
메르스 의심 환자가 많은 경기권만 예민한 것은 아니다. 서울 명동에서 열릴 엑소의 팬사인회, 이태원에서 인기 힙합 가수들이 총동원하기로 한 공연도 무기한 연기됐다. 바다 건너 전인권밴드의 제주 공연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이 같은 분위기에 6~7월 몰린 대형 음악 페스티벌 쪽은 비상이 걸렸다. 아직까지 일정 변경을 결정한 페스티벌은 없지만 날마다 수 만 명의 관객이 모이는 특성상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또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더라도 메르스 공포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예매 취소가 도미노처럼 일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부분은 가수들의 개인 콘서트도 마찬가지다. 주말 사이 벌어진 공연 취소 사태는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메르스 국면이 길어질 경우 지난해 세월호 여파에 이어 공연 업계는 2년 연속 큰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연예부 poorl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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