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료·예약제 탓에 손님 안 늘고
중국 관광객마저 메르스 위협에 뚝
점장들 종업원 월급도 못 줄 상황
브랜드 40% 점장 바뀌었거나 철수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ㆍ타워(제 2 롯데월드)에서 해외 의류를 판매 중인 박기범(가명) 점장은 최근 죽을 생각까지 했다. 지난해 10월 개장 이후 지금까지 쉰 날이 불과 이틀 뿐일 정도로 열심히 일했는데 은행 빚만 억대로 불어 났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던 롯데월드몰의 수족관과 극장 문제는 한 달 전 재개장하면서 해결이 됐지만 여전히 불편한 주차 문제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까지 겹쳐 좀체 손님들이 찾지 않는 바람에 매출이 당초 목표의 20% 이하로 떨어졌다. 박 점장은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해서 며칠 전 매장 직원의 절반 이상이 그만뒀다”며 “늘어나는 것은 은행 대출 이자 뿐”이라고 토로했다.
지난달 12일 재개장한 롯데월드몰이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7일 찾은 상가는 사람들로 붐벼야 할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메르스 복병까지 닥쳐 소수의 마스크를 쓴 사람들만 보일 뿐 사실상 휴점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긴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캐주얼 의류 매장을 운영 중인 김인순(가명) 점장은 “안전 우려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을 때에도 그나마 버틴 것은 중국 관광객들 덕분이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메르스가 터지면서 중국 관광객들마저 찾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입점업체들에 따르면 매장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월 평균 매출이 2,000만원 안팎이다. 당초 예상했던 월 억대 매출의 5분의 1 수준이다. 이마저도 입점 브랜드 본사에 롯데월드몰 임대료를 포함해 수수료 명목으로 90%를 떼어주면 점장이 쥐는 돈은 10% 수준인 200만원선이다. 이 돈으로는 점장 급여는 고사하고 종업원 월급도 주기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장들이 속속 철수하고 있다. 현재 약 900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데 이 가운데 40% 가량은 힘든 상황을 견디다 못해 점장이 바뀌거나 철수했다. 보다 못한 롯데월드몰에서 지하 1층에 한꺼번에 빠져버린 3군데 매장을 비워둘 수 없어 임시로 할인 행사장을 만들었다.
롯데월드몰의 상황이 이처럼 힘든 까닭은 주차 사전 예약제와 유료 주차 등 불편한 주차 문제가 크다. 경기 분당에 사는 주부 나 모(36)씨는 “물건 사고 주차 비용까지 내라고 하면 누가 가겠냐”며 “주차장까지 예약하라고 하니 너무 불편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공사현장의 인부 추락사고와 영화관 진동 및 수족관 누수로 얼룩진 ‘안전에 문제 있는 건물’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최근 롯데월드몰에서 30만원 이상 물건을 산 사람들에게 경품으로 수족관 입장권을 지급했지만 상당수가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문제점들 때문에 시공사인 롯데물산에 따르면 이달 들어 6일까지 롯데월드몰의 일 평균 방문객 수는 7만7,000명으로, 지난해 10월 개장 당시 일 평균 10만명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해결의 열쇠를 롯데측보다 서울시가 쥐고 있다는 점이다. 주차 예약제와 유료 주차 등은 교통혼잡을 우려해 서울시에서 결정한 개장 조건들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서울시에서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롯데 관계자는 “많은 소비자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롯데월드몰의 주차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와 계속 협의하겠다”며 “안전하고 쾌적한 쇼핑몰이라는 이미지 확립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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