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는 이후에도 수일간 근무
지금까지 드러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국내 확산 경로는 세 가지다. 첫 메르스 감염자(68ㆍ남)가 입원했던 경기 평택성모병원과 14번(35ㆍ남) 환자가 다녀간 병원, 16번 환자(40ㆍ남)가 입원한 병원이다. 이들과 밀접 접촉한 노출자들의 잠복기 등을 고려하면 이주 초까지는 감염자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것은 14번 환자의 경로다. 7일 새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중 14번 환자가 지난달 27~29일 응급실 치료를 받은 삼성서울병원에서 10명이 나왔다.
삼성서울병원을 2차 메르스 파동의 진원지로 만든 14번 환자는 첫 환자가 경기 평택시의평택성모병원에 있던 지난달 15~17일 같은 병동에 입원했다가 20일 퇴원했다. 그 뒤에는 25~27일 5.5㎞ 정도 떨어진 평택굿모닝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나 폐렴 등 증상이 악화해 큰 병원으로 옮기라는 의사 소견이 나오자 27일 오전 3㎞ 정도 떨어진 평택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했다. 시외버스의 배차간격이 10∼20분인 점을 감안하면 그가 버스를 기다리며 대합실 등에서 다른 손님과 접촉했을 수 있다.
그는 오전 11시30분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울행 버스에 올라 1시간 가량 뒤 서울남부터미널에 도착했다. 시외버스에 동승한 이는 운전자를 포함해 6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운전자 등 5명은 자택격리 조치됐으나, 남은 1명은 소재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시외버스 운전기사는 이미 지난달 27일 이후 수일간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14번 환자가 경기 평택에서 서울로 시외버스를 이용한 것이 ‘병원 밖’ 감염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14번 환자의 대중교통 이용 사실을 모르고 있다 지난 4일 뒤늦게 그의 동선 추적에 나섰다.
14번 환자가 27일 오후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으면서 이 병원에선 3차 감염이 시작됐다. 29일 그가 격리되기까지 3일 동안 약 900명의 의료진과 환자들이 노출된 가운데 현재까지 의료진을 포함해 총 17명이 확진자로 판정났다. 다만 14번 환자가 거친 굿모닝병원에선 아직 감염자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
국내 첫 메르스 환자는 지난달 11일 증상이 나타난 후 12∼14일 충남 아산의 서울병원에 처음 들렀고 이후 평택성모병원, 서울의 365서울열린병원,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했다. 이 가운데 15∼17일 두 번째로 들른 평택성모병원에서는 지금까지 3차 감염을 포함해 모두 36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첫 환자로부터 직접 전파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가 28건, 추가 전파로 추정되는 경우는 8건이다. 평택성모병원 외에 첫 환자가 간 병원 중에는 아산 서울병원의 의료인(46·여)과 365서울열린병원의 의료인(50)이 확진 됐다. 이들 병원의 경우 이미 최장 잠복기가 지나 추가 환자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
메르스 바이러스 확산의 세 번째 경로는 16번 환자(40)의 동선이다.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다 첫 환자로부터 감염된 이후 발열 등으로 대전 대청병원(25∼27일)과 건양대병원(28∼30일)을 거쳤고, 이후 확진을 받아 국가지정격리병원에 입원했다. 대청병원에서는 같은 병실에 있던 3명의 환자가, 건양대병원에서도 같은 병실ㆍ병동 환자와 환자의 보호자 등 5명의 환자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이 밖에 환자들이 다녀간 병원 18곳에서는 아직 3∼4차 감염자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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