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0일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후 7일 현재 2만여명의 해외관광객이 방한을 취소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7일에서야 뒤늦게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난달 25일 명동은 관광객들로 붐볐지만(아래사진) 7일에는 메르스 여파로 한산하다(위쪽사진). 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인한 5번째 사망자가 7일 추가로 발표됐다. 이 환자는 지난 5일 사망하고 나서야 감염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발생한 5명의 사망자 가운데 3명이 사후 확진자였다. 특히 지난 1일 경기도에서 사망한 환자는 아예 당국의 초기 모니터링에서 빠져 있었다. 메르스 공포가 확산일로다. 정부의 무능한 대응이 오히려 기름을 끼얹는 형국이다.
● 초동 대처 실패…후속 조치도 낙제점
정부의 '뒷북' 대응을 비웃듯 메르스는 다양한 경로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발병 병원과 지역을 공개하지 않은 채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던 정부의 계획은 실패했다. 지난달 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후 전체 환자수가 어느새 64명, 격리대상자도 2,361명(7일 오후 현재)에 이르렀다.
정부는 초동 대처부터 오락가락했다. 후속조치는 더 엉망이었다. 대량 감염자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에 대한 조사는 첫 환자 발생 후 16일이 지난 5일에야 이뤄졌다. 조사에서 병원 화장실, 에어컨, 문고리 등 병원 시설물 곳곳에서 바이러스가 검출 됐다. 이 상태라면 환자와 직접밀착접촉 없이도 병원 방문자들은 감염될 수 있다. 감염자와 '1시간 이상' 접촉해야 감염된다는 정부의 초기 발표는 뒤집혔다. 뒤늦게 메르스의 전파 범위와 강도가 예상보다 넓고 강력한 것으로 밝혀지자 확진 환자 및 환자 방문 병원 명단을 서둘러 발표했다.
자가격리대상자자가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고 의심환자를 병원으로 부르는 것도 성의 없다는 제보가 속출하고 있다. 평택 시민 A씨는 "의심환자라며 전화해 병원으로 급히 오라고만 했다. 방역 과정도 없었고 어떻게 오라는 것인지 구체적인 언급도 없었다"고 황당해했다. 서울 시민 B씨는 "이 정도면 거의 방치 수준"이라며 "중증 환자 관리조차 못하는 무능한 정부"라며 보건당국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각종 악성루머가 빠르게 퍼지며 불안은 커지고 있다. 국민들은 이런 보건당국을 더 이상 믿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국민 68.3%는 정부의 메르스 대응 능력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같은 날 한국갤럽이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67%가 메르스 감염을 걱정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의 국정수행 능력 평가에도 영향을 끼치는 양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34%로 지난주보다 6%포인트 곤두박질쳤다. 반면 부정평가는 55%로 8%포인트나 치솟았다.
● 스포츠ㆍ문화ㆍ연예 등 경제에 날벼락
소비는 위축되고 경제는 얼어붙을 조짐이다. 관광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여름 성수기까지 통째로 날리게 생겼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2만600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여행을 취소했다. 전날 대비 증가폭이 74.6%로 메르스 발생 이후 최대치다. 외국인들의 한국 여행 취소는 가속화할 전망이다. 요커(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지면 유통업계의 타격도 크다. 주말 대형마트, 음식점의 인파도 확연히 줄었다. 증권가는 이런 추세라면 3%로 예상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로 주저 앉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포츠분야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대표적 프로스포츠인 프로야구의 지난 5일 평균 관객수는 경기당 5,265명을 기록했다. 올 시즌 경기당 평균인 1만1,256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지난 3일 열린 프로축구 경기의 평균 관중도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화산업도 타격을 입고 있다. 대형 공연이나 문화행사가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영화 개봉이 미뤄지고 콘서트 등도 연기되고 있다.
● 컨트롤타워 구성 급선무
메르스는 이제 보건 당국의 업무를 넘어 여러 기구들이 힘을 합쳐 총력 대응해야 할 사안이 됐다. 이를 지휘해야 할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울시와 보건복지부가 환자 정보 공유를 두고 벌인 논란, 학교 휴교를 둘러싼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의견 충돌 등이 컨트롤타워, 전문가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새누리당 메르스 대책특위 문정림 의원은 "메르스 사태 초기 대응 책임을 맡은 질병관리본부장은 1급에 불과하다"며 "복지부에 보건ㆍ의료 전문 차관을 뒀더라면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지휘계선 상에 전문가가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은 연금 전문가다. 장옥주 복지부 차관은 주로 사회복지정책 파트에서 일했다. 박인용 메르스 대책 지원본부장은 해군 대장 출신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감염 전문가가 나서 예방과 치료 등 모든 과정을 국민에게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기회에 위기 대응 시스템의 틀을 완전히 새로 짜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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