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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케빈 베이컨 게임'과 메르스

입력
2015.06.0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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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배우 케빈 베이컨은 다작 출연으로 유명하다. 영화정보 사이트 ‘IMDB’에 등록된 것만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리버 와일드’ ‘어 퓨 굿 맨’ 등 80편에 달한다. TV 시리즈나 다큐멘터리 등에 단역으로 출연한 작품도 190편을 넘는다. 감독, 제작자로 활동한 경력도 있고, 드라마의 사운드트랙에도 참여한 적이 있으니 오지랖이 보통 넓은 게 아니다.

▦케빈 베이컨은 1990년대 초 영화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할리우드의 웬만한 배우들과 작업했고, 한 다리만 건너면 모든 배우와 연결된다”고 마당발을 자랑했다. 이 기사를 본 올브라이트대 학생들은 그가 할리우드 영화 관련자와 몇 단계 만에 연결되는지를 알아보는 게임을 고안했다. ‘케빈 베이컨 게임’이다. 찰리 채플린은 말론 브란도와 ‘홍콩에서 온 백작부인’에 함께 출연했고, 말론 브란도는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에서 로렌스 피쉬번과 공연했다. 피쉬번은 ‘퀵실버’에서 케빈 베이컨과 함께 나왔으니 찰리 채플린과 케빈 베이컨은 3단계를 거쳐 이어진다. 결론은 할리우드 모든 영화인들은 평균 2.9단계에서 케빈 베이컨과 연결된다는 것이었다.

▦이 게임은 하버드대 교수 스탠리 밀그램이 1976년 발표한 ‘6단계 분리이론’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스탠리 교수는 임의로 추출한 160명에게 이들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에게 편지를 전달할 것을 요청했는데, 평균 5.5명을 거쳐 편지가 도착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토대로 지구상의 모든 사람은 여섯 단계만 거치면 누구와도 연결되는 ‘좁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수학자 스티븐 스트로가츠와 던킨 와츠는 1998년 학연, 혈연 등 이른바 ‘허브’역할을 하는 특별한 연결고리가 존재한다면 단계가 훨씬 줄어들 거라는 보다 진전된 이론을 주장했다.

▦최근 기승을 부리는 메르스 감염 사태를 보면 일련의 이론들과 참 많이 닮아있다. 첫 감염자가 병원이라는 제2, 제3차 감염자를 양산하고, 이를 옮기는 매개체가 병원이라는 허브를 통하는 것도 유사하다. 이론대로라면 제4, 제5 감염자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라는 건데, 지금껏 대응을 봐선 쉬 믿어지지는 않는 주장이다.

한창만 논설위원 cm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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