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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이 불안은 누구를 책망하는가

입력
2015.06.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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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소식을 한국 떠나기 전 들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사태가 심각하다는 걸 깨달은 건 파리에서 시차 때문에 새벽마다 잠을 뒤척이며 기사를 뒤적여 본 이후였다. 괜히 죄스러워지는 기분이었다. 나라 전체가 공포와 불안에 휩싸여있는 와중에 먼데로 날아와 유유자적 시인놀음이라니. 동행한 동료들도 짐짓 가족과 지인들의 안부가 걱정스러워 전화기를 확인할 때가 많다. 아예 여기 눌러앉아 큰 개나 한 마리 사서 동냥질이나 하고 살자는 우스개도 뒷맛만 씁쓸할 뿐이다. 정작 사람들의 체감 정도가 어느 만큼인지는 SNS 등을 통해 확인하지만, 마냥 부시기만 한 파리의 햇살 아래에선 실감하기가 쉽지 않다. 문득, 이 정도로 요란하게 전염병이 창궐한 때가 언제였던가 돌이켜본다. 아주 어릴 적 홍역이나 뇌염 따위가 유행한 적 있으나, 걸려보진 않았다. 옛날에는 나라에 흉조가 드는 것으로 여겨 왕에 대한 지탄과 원망으로 이어진 것으로 안다. 그러고 보니 최근 들어 나라를 들썩이게 하는 큰 사건들이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천재든 인재든, 하늘 아래 사람이 있고, 사람이 하늘의 법도를 우러러 그 아래 일들을 슬기롭게 관장하는 게 자연의 이치라 할 때, 모든 재앙은 사람의 무지와 부덕의 소산이라 해도 과언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살이에서의 문제의 기본과 근원은 늘 사람에게 있다. 작금은 누구의 불경에 의한 파문일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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