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미국에 유학 중인 자녀를 위해 대도시 고급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고 시카고 트리뷴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시카고 도심의 주거용 고층빌딩과 인근 교외도시 주택들이 돈 많은 중국인 가족들에 의해 장악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경향이 시카고에서는 이제 막 시작됐으나 서부의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캐나다 밴쿠버와 뉴욕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일이라고 전했다.
중국인들은 미국 대학에 재학 중인 자녀 명의로 도심의 고급 아파트형 주택을 사들이고 있으며, 일부는 엄마들이 중·고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미국으로 건너와 교외도시 주택을 구입해 살면서 미국 일류대학 진학을 준비시킨다.
트리뷴은 중국에서 유학 온 시카고 드폴대학 경영학 석사과정 오웬 왕이 도심에 30만~40만 달러(약 3억4,000만~4억5,000만 원)짜리 아파트형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인과 함께 집을 보러 다니는 과정을 소개했다. 이어 “왕씨 가족의 결정은 시카고에서는 아직 흔한 일이 아니지만 이미 시대적 흐름”이라면서 “중국인들이 단 한 명 뿐인 자녀를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현금을 정치적 영향이 덜한 국외에 투자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트리뷴은 “좀 더 젊은 세대는 교외 도시 최고 학군에 예쁜 집을 사서 엄마나 할머니가 중ㆍ고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살면서 미국 유명대학 진학을 준비시킨다”며 “아빠들은 대부분 중국에 머물면서 돈을 번다”고 설명했다. 중국판 포브스 ‘후룬 리포트’의 북미판 발행인 엘리자베스 해링턴은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중국계 10대가 BMW를 몰고, 로데오거리를 쇼핑하고, 보석상에서 작은 다이아몬드를 구입하는 모습이 특별하지 않다”고 말했다.
작년 기준 시카고를 포함하는 일리노이 주에 유학 중인 중국인 대학생 수는 총 4만2,527명으로 일리노이 전체 국제학생의 35.3%를 차지했다. 미국에서 국제학생 비중이 가장 큰 주는 캘리포니아로 약 13만 명, 2위는 뉴욕으로 약 9만 명이며 이어 3위 텍사스, 4위 매사추세츠, 5위 일리노이 순이다.
트리뷴은 중국 최대 부동산 재벌 기업 다롄 완다그룹이 미국 진출 첫 작품으로 시카고에 10억 달러(약 1조1천억 원)를 투자해 95층 높이의 최고급 주상복합빌딩을 올리고 있는 점을 상기하면서 “2019년 이 빌딩이 완공되면 더 많은 중국인들이 시카고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시카고가 동부나 서부 지역에 비해 부동산 거품이 덜한 것도 중국인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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