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슬로바키아 민주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 당시 ‘2,000 개의 말’이라는 지지 선언문을 쓴 작가이자 언론인 루드비크 바출리크가 별세했다. 향년 88세.
체코 공영 라디오와 TV, 신문 등은 6일(현지시간) 그의 별세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하지만 그의 사망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체코슬로바키아에서는 1968년 1월 개혁주의자인 알렉산데르 둡체크가 공산당 서기장이 돼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전국 단위 선거를 개최하며 비공산주의 정당을 합법화하는 등 민주화를 추진했다.
둡체크의 개혁을 지지하는 학술원 과학자들의 요청으로 쓴 선언문에서 바출리크는 1948년 공산주의자들이 권력을 장악한 이후 "국가는 정신적 건강과 개성을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적었다.
이 선언문은 검열이 폐지된 바로 다음 날인 1968년 7월 27일 3개 신문과 대표적 주간지에 실렸다.
언론의 자유와 강경 수뇌부 파면을 요구하며 대표적인 지식인들을 포함한 수백 명이 선언문에 서명했다. 바출리크는 “개혁은 완성될 필요가 있었다”며 “그렇지 않으면 과거 권력의 복수가 잔혹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해 8월 소련 등 바르샤바 조약 회원 국가들이 침공하면서 개혁은 막을 내렸다.
이후 점령기간에 바출리크는 1989년 벨벳혁명으로 공산정권이 붕괴한 이후 대통령이 된 바츨라프 하벨 등 반체제 인사들과 함께 인권선언문인 ‘77 헌장’ 초안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활동이 금지된 작가들의 책을 만드는 지하 출판을 담당했다.
1926년 체코 남부 브루모프에서 태어난 그는 20대 초반 공산당원이 됐지만, 곧 공산주의 체제의 전체주의 본질을 깨닫고 실망했다. 1967년 작가들 앞에서 비판적인 연설을 했다가 당에서 축출되기도 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