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들쭉날쭉 해명에 불안 키우고
박 대통령 지시 받고서야 병원 공개
초기 대응 사과나 책임 주체도 없어
朴 지지율 30%대로 다시 떨어져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5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 대응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 제어에 실패했다는 총체적 책임론과 함께 청와대의 국정 컨트롤타워 기능 미비에 대한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특히 국민들의 공포감이 확산되는데도 국가와 정부는 없었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국립의료원 방문 등 적극 대응 전환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예정됐던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위원 집중토론회 일정을 연기했다. 대신 메르스 확진환자들이 격리돼 치료 받고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을 전격 방문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메르스 상황이 더 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방역 최전선인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함으로써 국민들을 안심시키겠다는 메시지도 읽힌다.
청와대는 초동 대응 미흡을 인정하면서 대응 수위를 높여왔다. 1일 박 대통령이 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메르스 사태 철저 대응을 지시한 이후, 2일 청와대 내 긴급대책반 구성, 3일 민관 종합대응태스크포스(TF) 발족으로 매일 대응 수위를 높여온 게 사실이다. 청와대 측은 또 ▦확진환자 접촉자 의심환자 물 샐 틈 없는 추적 및 대응 ▦유사 대응 실패 차단 ▦지역별 거점중심병원 운영 적극 검토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한 정보 공개 등도 3일부터 실시한 정부 대책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의 뒷북 대응,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 국민 불신만 키웠다는 비판도 쏟아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6월 첫째주 한국갤럽 정기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보다 6%포인트 하락한 34%에 그쳤다. 성완종리스트 파문이 터졌던 4월 셋째주(34%) 이후 최저치다.
특히 세월호 사태와 마찬가지로 청와대가 상황 수습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는 비판이 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민관 컨트롤타워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범정부 메르스 대책지원본부는 국민안전처가, 청와대 내에선 정책조정수석을 중심으로 24시간 대응팀을 꾸려 삼두마차로 운영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메르스 확진환자가 나온 지난달 20일 이후 보건복지부 차원의 초기 대응이 안이하고 허술했고,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학교 휴교 조치가 엇갈리거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충돌한 대목, 국민을 안심시키는 대통령의 메시지가 부족했던 것은 청와대의 컨트롤타워 능력 부족 때문이라는 비판이 많다.
정부 뒷북 대처 靑 책임론도 제기돼
정부의 뒷북 대처가 청와대 눈치 보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메르스 진원지로 지목돼 난타 당했던 평택성모병원을 이날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뒤늦게 공개한 과정도 대통령 지시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결국 뒷북 대처의 책임자가 청와대임을 자인한 모양새가 됐다.
청와대는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한 병원에서 고리를 못 끊은 게 뼈아프다”고 설명했지만 사과나 책임 주체 언급이 없었다는 점도 개운치 않다. 야당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메르스 확진 의사 동선 공개를 청와대와 문 장관이 동시에 비판한 것도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게다가 정책 조정 역할을 해야 할 총리실도 38일의 총리 공백으로 조정 기능을 상실하면서 청와대에겐 부담만 됐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는 이날 메르스 대책 질문에 “국민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저도 같이 고민하고 (대책을)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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