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의사, 복지부ㆍ서울시장에 분통
보건당국이 메르스 35번 환자인 삼성서울병원 의사 B(38)씨를 방역망을 통해 초반에 걸러내지 못하고 자각증상을 통해 ‘셀프 격리’에 들어간 이후에야 메르스 환자 밀접 접촉자인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5일 드러났다. 이 의사와 서울시, 그리고 복지부의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진실공방도 계속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날 B씨가 14번째 확진 환자를 진료했으며, 메르스 의심 증상이 나타난 상태에서 지난 달 30일 시민 1,500여명과 직ㆍ간접적 접촉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B씨는 5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14번 환자가 메르스 판정을 받은 다음날인 31일까지 같은 공간에 메르스 환자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으며, 이전까지 특별한 메르스 의심증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14번 환자는 국내 첫 메르스 환자 A(68ㆍ남)씨와 함께 다수의 메르스 감염자가 나온 경기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던 격리 대상자였으나, 보건당국이 빠트렸다 뒤늦게 추적에 나선 인물이다.
서울시는 3일 복지부와 메르스 관련 실무회의를 가진 이후 B씨가 1,500여명을 만났으나 수동적인 조치만 했다고 비판했는데, 복지부는 이에 대해 이 인원 모두가 밀접 접촉자가 아니기 때문에 격리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양측은 대규모 격리 조치를 놓고 맞서고 있는데, 이 의사는 또 자신은 원래부터 비염증상이 있었으며 당시에는 특별히 메르스 의심 증상이 없었다는 점을 역학조사관에게 말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서울시는 메르스 확진 의사와 관련한 정보를 보건복지부와의 회의에서 간접적으로 접했다고 밝혔는데 양측이 말이 다른 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B씨는 자신이 졸지에 메르스를 퍼뜨리고 다닌 ‘개념 없는 의사’가 됐다며 항변했다. 지난 달 31일 오전 회진을 마치고 11시쯤 집에 도착한 후 몸살기가 있어 낮잠을 자고 오후 3시쯤 일어났는데 본격적인 증상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는 “몸살에 고열, 가래가 많고 두통까지 왔는데, 메르스 환자가 병원에 있었다는 점 때문에 메르스가 의심이 돼 병원 감염관리실에 전화했더니 격리조치를 하는 게 좋겠다는 답이 왔고, 이후 부인과 떨어져 자가격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29일 증상이 발생해 이를 알고도 사람들과 접촉했다는 서울시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B씨는 또 “1일 아침 회진 때도 한 교수님이 회진을 돌기 전 비말감염으로 전파되니 마스크를 끼면 괜찮다고 말해 의료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회진을 돌았다”며 자신이 메르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당국은 B씨와 밀접 접촉한 사람을 놓치는 등 엉성한 방역체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모든 격리조치는 자신과 소속병원에서 취한 것인데, 복지부가 29일부터 해당 의료진을 격리했다고 한 점 역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보건소에도 31일 스스로 연락했으나 뒤늦게야 답이 왔으며, 질병관리본부에서 검체를 받으러 온 것 역시 밤 9시가 넘어서였다고 했다. 이 의사는 자진 격리 이후 삼성서울병원에서 지내다 2일 오전 확진 판정을 받고 음압시설이 돼 있는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은 2일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3일 복지부의 확진자 명단에 들어가지 않은 점이 이상했다고 강조했다.
채지은기자 cj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