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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의 습격, 자연 생태계를 파괴한 인간에 대한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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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의 습격, 자연 생태계를 파괴한 인간에 대한 복수

입력
2015.06.0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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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팽창·동물 서식지 침범… 광범위한 항생제 사용도 문제

지구상에 미지의 바이러스 우글, 전문가 "감염병은 정복 불가능"

특정 병원균 접촉 없는 도심서 신종 바이러스 출현 땐 치명타

노약자·소아 많으면 급속 확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현재 우리 사회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가운데, 인류팽창에 따른 생태계 파괴와 지구온난화 등 환경 변화가 신종 바이러스 출현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현재 우리 사회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가운데, 인류팽창에 따른 생태계 파괴와 지구온난화 등 환경 변화가 신종 바이러스 출현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우리사회가 신종 바이러스 공포에 떨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어디에선가 우리가 모르는 신종 바이러스가 생겨나고 있을지 모른다. 인류팽창에 따른 자연 생태계 파괴와 지구온난화 등 환경 변화가 신종 바이러스 등장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전문가들은 인류가 결코 바이러스를 정복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의학과 분자유전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다양한 항생제와 치료제가 나오고 발병을 막는 백신도 만들어지고 있지만 야생동물에서 사람으로 넘어와 인수공통전염병을 유발하는 동물바이러스의 정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간에게도 감염될 수 있는 전염병의 잠재성을 가진 병원체들이 야생동물 세계에 엄청나게 많다”며 “현재까지 인수공통전염병을 유발하는 동물바이러스는 불과 1% 정도만 밝혀져 있다”고 말한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가 존재 자체를 몰라 대처 자체가 불가능한 바이러스가 지구상에 깔려있다”며 “인류가 감염병을 정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을 공포와 혼란으로 빠트린 메르스는 ▦사스 ▦에볼라 ▦신종플루 등처럼 새롭게 발견된 신종바이러스다. 의학계는 이들 신종 바이러스를 ‘새 바이러스(New virus)’가 아닌, ‘새롭게 출현한 바이러스(Newly virus)’로 명명한다. 인간 앞에 나타나지 않았을 뿐 지구 어딘가에서 살아 숨 쉬고 있던 전염병 병원체이기 때문이다.

왜 신종 바이러스는 자꾸 생겨나는 것일까.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스콧 뉴먼 박사는 ▦인간 집단의 팽창 ▦자연 서식지 침범 ▦인간과 야생동물의 국가 간 이동과 뒤섞임 ▦자연 서식지와 생태계 교란 ▦산림 파괴 ▦농산물 생산 증대 ▦가축과 야생동물의 동시 사육 ▦야생동물 종 또는 야생병원체의 지역 간 이동 ▦지구적 기후 변화 ▦날씨 패턴 변화 ▦광범위한 항생제 사용에 따른 저항성 등이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목한다. 헨드라 바이러스가 과일박쥐로부터 경주마를 통해서, 니파 바이러스가 과일박쥐로부터 돼지를 거쳐서, 조류독감이 야생조류에서 가금류를 통해 각각 사람에게 전파된 것처럼 인간이 자연영역을 침범해 생태계를 파괴한 대가를 치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 배경에 대해 “인간이 자연서식지를 침범해 인간에게 노출되지 않은 야생동물과 접촉기회가 증가한 것이 원인”이라며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이 언제든지 유행할 수 있다”고 했다.

2008년 잠비아에서 발생한 ‘루요 바이러스(Lujo virus)’가 그랬다. 에볼라와 증상이 유사한 치명적인 신종 출혈성 열병인 루요는 당시 잠비아 수도 루사카의 한 여행사 직원이 이 전염병에 걸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로 긴급 후송됐지만 사망했다. 이 과정에서 요하네스버그 시내 의료종사자 4명이 감염돼 이 중 3명이 사망했다. 의학계에서는 지금도 이 바이러스가 설치류 동물로부터 전이됐을 것이라 추정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이재갑 교수는 “동물에서 변이돼 인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동물 바이러스는 무수히 많다”고 했다. 김남중 교수는 “‘Crimean-Congo hemorrhagic fever’ 등 우리가 존재 자체를 모르는, 대처할 수 없는 바이러스가 인류를 끊임없이 위협할 것”이라고 했다.

특정 병원균에 접촉한 적이 없고, 인구밀도가 높은 집단에서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하게 되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어 적극적인 예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한선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신경인류학자)는 “역사적으로 아메리카 인디언의 90%가 유럽인이 옮긴 홍역이나 선페스트 등 전염병에 의해 사망했다는 연구가 있다”며 “오랜 세월 낙타와 전혀 접촉한 적이 없고, 인구가 밀집한 한국에서 메르스의 전파 양상은 예상과 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박 전문의는 “수 천년 동안 소나 말과 같은 가축을 기르면서 서로 병원균을 교환한 유럽인과 달랐던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전염병으로 대거 사망한 것처럼 지역 간 인구이동이 빈번한 현대사회에서 다른 인구집단에서 호발한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때 어떤 상황이 초래될지 장담할 수 없다”며 “감염력이 높지 않은 전염병이라도 노약자, 소아 등 감염에 취약한 인구집단이 많을 경우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될 수 있다”고 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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