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메르스 환자 119후송 소문, 동네 초등학교 긴급 휴업 메시지
고혈압 환자로 확인됐지만 휴업 연장 "아주 조금이라도 의심스럽다면…"
세월호 이후 학부모들 더 예민해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으로 아이들이 감염될까 불안해 하는 엄마들이 움직이고 있다. 치맛바람이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손바람’이다.
3일 밤 10시 서울 성북구에 있는 A초등학교는 학부모들에게 ‘내일 휴업’ 긴급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낮 인근 한 아파트에 119 대원들이 방역복을 입고 출동해 환자를 후송해 간 것이 사달이었다. 학부모들이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했다며 SNS로 정보를 주고받다 결국 휴업을 요구했고, 학교는 밤 늦게 이를 수용했다. 밤 사이 긴급하게 결정된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일부 교사들은 4일 출근 뒤에야 학생들이 학교에 오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119에 실려간 환자는 80대 고혈압 환자였다. 그래도 학부모들의 불안은 꺼지지 않아 이날 오전 개최된 학부모운영위원회는 휴업을 하루 연장하고 8일부터 정상등교를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학교 측은 “지역사회에서의 감염환자는 알 수 없다지만 학부모님들의 과도한 불안으로 정상수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기에 휴업을 자율결정 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의 ‘대치동맘’들이 서울에서 처음 휴업을 이끌어낸 사실이 알려지자 다른 학부모들도 박수를 치며 이에 동참하는 양상이다.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학부모는 “지역을 떠나 자녀를 걱정하는 엄마들의 마음은 다 똑 같다”며 “아예 휴교를 하는 문제를 제안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대치초를 비롯 휴업에 들어간 서울 강남 6개 초등학교 인근에 거주하는 학부모 채팅방에는 “왜 우리 학교는 휴업을 하지 않느냐”는 성토가 쏟아졌다. 학부모들은 실시간으로 메르스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면서 “OO초등학교는 엄마들이 전화해서 휴업 결정했다는데 우리도 그리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쏟아냈다. 이처럼 학부모들의 요구가 빗발치면서 이날까지 휴원, 휴업하는 유치원ㆍ학교가 전국적으로 1,000곳을 넘어섰다.
학부모들은 자신이 아니면 아이를 지킬 사람이 없다는 생각 때문에 불안하다는 입장이다. 휴업을 결정한 학교의 한 학부모는 “세월호 사고 이후로 내 아이의 생명을 내가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강해진 것 같다”며 “아주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면 강하게 의심하는 등 예민해진 것도 같지만 엄마들끼리는 서로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메르스 감염 병원이 있는 경기 D지역의 한 학부모는 “아이들을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도 믿을 수 없어 양평의 친척 집으로 아예 피신시켰다”고 말했다.
때문에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교육 관련 행사들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6일로 예정됐던 제10회 남산 백일장 대회를 미뤘고, 주말을 맞아 대학입시설명회를 준비하던 입시업체들도 설명회를 취소하고 온라인 생중계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자녀를 돌봐줄 사람이 없는 맞벌이 부부의 속은 더 까맣게 타 들어간다. 자녀를 맡길 곳이 없어 휴업을 한 학교에 보낼 수밖에 없는데, 덩그러니 혼자 있을 자녀를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지는 것이다. 서울 역삼동 모 유치원에 만5세 아들을 맡기고 왔다는 직장인 여성 B(37)씨는 “정원이 20명인데 등원한 애가 5명 밖에 없다”며 “아침에 맡기고 나올 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휴원 하지 않아도 예방차원에서 자녀를 등원시키지 않는 전업주부들을 보면 아이에게 더 미안해진다”며 울먹였다.
한편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50대 여성의 아들이 학원에 다니고 있다’는 소문이 퍼진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은 3일 소문을 퍼트린 네티즌 3명에 대해 서울 수서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해당 여성은 1차 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았고 학부모도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소문이 확산되면서 대치동 학원가는 일제히 문을 닫은 상태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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