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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내부 제보 시스템 도입해 '청렴의 빛' 비전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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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내부 제보 시스템 도입해 '청렴의 빛' 비전 실천

입력
2015.06.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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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청렴 전담팀·부서 만들어 사업장마다 윤리실천 리더 선발

저소득층에 전기요금 할인 등 지원

직원 8000여명 각막 기증 서약

조환익(맨 왼쪽) 한전 사장과 직원들이 지난해 12월 나주의 한국전력공사 대강당에서 청렴 생활 실천을 다짐하는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한전 제공
조환익(맨 왼쪽) 한전 사장과 직원들이 지난해 12월 나주의 한국전력공사 대강당에서 청렴 생활 실천을 다짐하는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한전 제공

한국전력공사가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빛가람 혁신도시)로 보금자리를 옮긴 지 반년이 지났다. 본사 직원만 1,500여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 공기업 위상에 걸맞게 한전은 이전 직후 ‘빛가람 에너지밸리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지역사회와 상생 방안을 발 빠르게 만들어 실행에 나섰다.

지역사회와 공존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의 민심을 얻는 일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신사업 추진과 더불어 한전이 ‘청렴의 빛, 한전인’이라는 비전을 세우고 윤리경영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이유다. 그만큼 믿을 수 있는 깨끗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현지 민심을 얻겠다는 포석이다.

한전은 청렴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 경영진으로 구성된 청렴 전담팀(TFT)과 윤리경영 전담부서를 만들었다. 이들 조직은 윤리경영 시스템을 정교하게 다듬고, 글로벌 최고 수준의 윤리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을 맡는다. 또 부패를 줄이도록 노력하고, 엄정한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세부 실행방안을 마련해서 적극 운영하는 중이다.

여기 맞춰 일선 사업장마다 ‘윤리실천 리더’나 ‘윤리경영 행동강령 책임자’ 등을 선발했다. 이들은 자신이 속한 사업장에서 전 직원이 자발적으로 윤리경영 활동에 동참하도록 이끌어내는 역할을 맡는다.

또 고위직 간부와 일반 직원 등 직급이나 업무 등에 따라 맞춤형 윤리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해 청렴 문화가 자연스럽게 사내에 확산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한전 직원이라면 누구나 꼭 지켜야 할 윤리행동에 대한 10대 준칙을 제정한 것도 이 같은 활동들과 일맥상통한다.

조환익(맨 오른쪽) 한국전력 사장과 임직원들이 빛가람 혁신도시 인근의 나주 목사고을 전통시장을 찾아 떡을 구입하며 상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전 제공
조환익(맨 오른쪽) 한국전력 사장과 임직원들이 빛가람 혁신도시 인근의 나주 목사고을 전통시장을 찾아 떡을 구입하며 상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전 제공

윤리경영을 표방하는 기업에 부패 행위란 있을 수 없다. 부패 근절을 위해 한전은 내부 신고 시스템을 갖춰 놓았다. 내부 신고가 꺼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직원들이 소신 있게 부패를 뿌리 뽑는데 일조하도록 사외 위탁기관이 운영하는 익명 제보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부패 신고 채널을 다양화했다.

뿐만 아니라 한전은 청렴 문화가 회사 내부뿐 아니라 외부 협력업체와 전력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 이를 위해 사업 계약을 맺거나 이행하는 과정에서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부패 행위를 한 업체에 대해서는 계약을 해지하거나 향후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청렴과 윤리 경영을 기반으로 한전은 이른바 ‘에너지 복지’를 지향한다. 현대 사회에서 전기 없는 일상은 상상할 수 없는 만큼 누구나 소득 수준과 관계 없이 에너지 기본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에너지 복지 개념을 한전이 직접 나서서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단순한 1회성 봉사에서 벗어나 체계적이고 꾸준한 활동으로 소외 이웃의 에너지 복지를 향상시켜 지역사회와 상생 발전하겠다는 방침이다.

가장 눈에 띄는 에너지 복지 활동이 바로 전기요금 할인과 지원이다. 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 사회복지시설, 다자녀 또는 대가족 가구, 생명유지장치 이용자 등에게 전기요금 할인을 적용한다. 지난해 232만8,000가구가 2,617억원의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받았다.

직원 모금으로 어려운 가정에 미납 전기료를 대신 내주기도 한다. 지난해 약 2억원을 모아 1,454가구의 미납분을 지원했다. 이 같은 직원들의 모금 활동은 2003년부터 계속 이어져왔다. 덕분에 지난해까지 총 1만7,000여가구가 약 23억원의 미납 전기요금을 지원받았다.

‘사랑의 무선전원 스위치’ 사업도 에너지 복지 사업의 일환이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전기를 켜고 끄기 쉽도록 무선전원 스위치를 달아주는 사업이다. 한전은 일일이 이런 가구를 찾아 다니며 누워서도 전등을 점등할 수 있는 무선전원 스위치를 달아줬다. 한전에 따르면 2013~2014년 2년간 3,600여개 무선전원 스위치가 설치됐다.

2005년부터 전기요금 청구서를 점자로도 만들어 발행한다. 한전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아이 러브 프로젝트(Eye Love Project)’라는 이름으로 저소득층 시각장애인들에게 개안수술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288명의 시각장애인이 이 혜택을 받아 새로운 삶을 얻었다.

아이 러브 프로젝트는 외국으로도 확대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멕시코, 보츠와나, 나이지리아, 필리핀 등지에서 지금까지 80여명이 개안수술을 지원받았다. 한전은 2021년까지 1,004명의 개안수술을 지원하는 게 목표다.

한전은 아이 러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사 직원들에게 각막기증 캠페인도 벌였다. 자신의 각막이 미래에 누군가의 소중한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전 직원의 42%에 이르는 8,138명이 각막기증을 서약했다. 단일기관으로 최다 수준이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청렴·윤리경영과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주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앞으로 이 같은 사회책임경영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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