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R&D)은 제조업체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서비스업체일수록 R&D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는 휴일인 매주 토요일마다 세미나가 열린다. 특정 연구과제를 정해서 어떻게 서비스로 연결시킬 수 있을 지 논의하는 자리다. 황창규(사진) KT 회장이 취임하면서 도입한 이 제도로 가장 바빠진 사람은 황 회장이다. 연구팀은 돌아가며 주제 발표를 하지만 황 회장은 해외 출장 등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그래서 KT 직원들은 토요일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우면동 연구개발센터를 KT의 달라진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으로 꼽는다.
R&D를 강조하는 황창규식 KT의 체질 개선에 속도가 붙고 있다. 4일 KT에 따르면 올 들어 R&D 인력과 예산을 늘리고 있다. 특히 황 회장이 “우리만의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하면서 자체 기술 개발과 특허 출원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황 회장 취임 이후 슈퍼급 핵심기술 특허 획득만 4개에 이른다.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선점을 위해 현재 내부에 ‘5세대(G) 전략협의체’를 꾸려 운영 중이고 다수의 5G 관련 기술 특허 출원과 등록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황 회장이 연구개발을 강조하는 이유는 통신서비스 시장이 포화상태인 만큼 보조금이나 멤버십 등 기존 마케팅 경쟁으로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난달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공개한 ‘데이터 밀당’도 KT가 특허를 보유한 기술이다. 다음달 데이터를 미리 끌어 수 있는 ‘당기기’ 기능이 핵심인 데이터 밀당은 KT가 자체 개발해 올 3월30일 ‘데이터 부가 서비스 제공 시스템 및 방법’이라는 명칭으로 특허 출원했다. 다른 업체는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밀당은 KT의 데이터 요금제를 경쟁업체와 차별화하는 ‘킬러 서비스’로 평가 받고 있다. KT관계자는 “지난달 KT 이용자 10명 중 3명이 밀당으로 평균 450메가(MB)의 데이터를 당겨썼다”며 “자체 기술이 곧 경쟁력인 만큼 계속 R&D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