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구단에 튄 메르스 불똥
4일 오후 한 프로야구 온라인 커뮤니티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문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제자들과 단체 야구관람을 가려다 결국 취소하고 만 스승의 경험담 때문이었다.
경남 김해의 한 중학교의 황모(34) 교사는 지난달 ‘사제동행 프로그램’의 아이템을 고민하다가 단체 야구관람을 계획했다. 단합심을 기르고 새로운 경험과 추억을 만드는데 야구관람이 제격이라고 생각한 황 교사는 시큰둥한 학생들에게 응원문화를 알려줘 가며 꾸준히 설득했고 결국 동의를 얻어냈다.
단체할인과 카드결제 등의 문제가 꼬이기도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결국 10일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야구경기를 예약했고 그 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복병인 메르스에 발목이 잡혔다. 메르스에 대한 우려로 고민하고 있던 차에 교육청에서 단체행동을 자제하라는 공문까지 내려왔다. 결국 포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황 교사는 이번에 환불 수수료란 벽에 부딪혔다. 구단 규정에 따라 취소수수료 10%와 장당 예매수수료 500원씩을 내야 한다는 것. 그 수수료를 애꿎은 학생들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는 생각에 황 교사는 구단에 전화를 걸어 “메르스가 잠잠해지는 2학기에는 꼭 갈 테니 수수료를 내지 않을 방법은 없는가”하고 물었지만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구단 관계자는 “메르스로 인해 단체관람을 갑자기 취소한 것은 안타깝지만 규정상 다른 도리가 없다. 다른 고객과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내용의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방에 올라오자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하필이면 메르스 때문에…” “아이들의 실망감이 크겠어요” “융통성을 발휘 좀 해주지…” “20만원에 잠정팬 100명을 버리는가” “실무자에게도 조금의 권한을 준다면 좋을 텐데…” 등의 글이 쇄도했다.
결국 롯데 구단은 이날 저녁 무렵 황 교사와 학생들의 단체관람 취소 수수료는 받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부산=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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