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사건 SNS 활동 추궁·세월호 등
대법 전수조사서 부적절 질문 확인
신원조회 축소 등 제도 개선키로
"2배수 명단 넘긴 대법, 논란 자초"
국가정보원이 경력법관 후보자를 사전에 면접했다는 의혹과 관련, 대법원이 경력법관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실시해 문제점을 확인하고 제도개선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임용예정자의 2배수에 달하는 명단을 국정원에 넘겨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은 3일 법원 내부통신망인 코트넷에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그 동안 실태를 파악한 결과, 부적절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례를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2013년, 2014년 임용된 경력법관 전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국정원의 신원조사 과정에서 부적절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는지 조사했다. 국정원은 최종 경력법관 임용예정자의 2배수에 포함된 변호사 등을 상대로 사전면접을 하면서 노조사건에 대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추궁하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의견을 묻는 등 사실상 사상 검증에 해당하는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처장은 “신원조사가 법령상 정해진 취지와 목적에서 벗어나는 형태로 이뤄지거나 사법부 독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도록 필요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관 임용 예정자에 대해 신원조사의 법적 근거와 목적ㆍ절차에 대해 사전에 상세히 안내하고, 제도 운영이 본래의 목적에 따라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등 법관 임용 절차에 대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국정원과 경력법관 임용예정자의 신원조회 범위를 최종 임용예정자로 줄이는 방안, 대면조사를 없애는 방안 등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처장은 “비록 신원조사가 법령에 근거한 것이고 법관 임용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법부 독립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법원 안팎의 의견에 대해 법원행정처 역시 깊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종 임용자가 아닌 지원자 중 2배수의 명단을 국정원에 넘긴 대법원도 사실상 위법을 저지른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과 대법원의 비밀보호규칙에는 법원행정처장의 의뢰로 국정원이 ‘판사 신규 임용 예정자’ ‘판사 및 동등한 임용예정자’의 신원조사를 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이 법령에서 ‘신규 임용예정자’나 ‘판사 및 동등한 임용예정자’의 범위에 지원자까지 포함한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이는 통상 공무원 임용예정자 가운데 국정원의 신원조회 대상 범위는 최종 임용예정자에 그치는 것과도 배치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임용 예정자가 아닌 단순 지원자까지 신원조사를 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