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주년 기념 무삭제본 국내 출간
“맥밀런 경에게. 앨리스의 표지 색상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밝은 빨간색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예술적으로 완벽하지 않아도, 아이들에게는 가장 매력적일 듯합니다. 빨간색을 지난번에 보여 주신 녹색의 부드럽고 밝은 천처럼 만들 수 있는지요? 당신의 친구, C L 도지슨”
영국 옥스퍼드의 유명한 단과대학 크라이스트 처치의 수학과 교수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1832~1898)은 1863년 10월 자신이 쓴 동화를 책으로 내줄 출판업자 알렉산더 맥밀런을 처음 만났다. 어린이책 출판에서 이미 성공한 맥밀런은 무명이나 다름 없는 도지슨의 동화에 매력을 느꼈다. 1865년 말 부드럽고 밝은 빨간 천으로 표지를 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세상에 나왔다. 이 책은 전세계 언어로 번역돼 판타지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고, 도지슨은 루이스 캐럴이란 필명을 후대에 남기게 된다.
영국 맥밀런출판사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펴낸 무삭제 완역본 ‘가장 완전하게 다시 만든 앨리스’(사파리)가 국내 출간됐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속편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합본한 특별판으로, 캐럴 생전에 마지막으로 출간된 1987년 판본을 기본으로 삼아, 저자가 22년간 추가하고 수정한 내용을 모두 담았다.
캐럴은 작품 내용뿐 아니라 표지 디자인, 삽화, 레이아웃 등 책 제작 전반에 꼼꼼하게 관여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심지어 삽화도 직접 그리고 싶어했는데 주변의 조언에 따라 당시 인기 삽화가인 존 테니얼에게 맡겼다. 이번 책에는 존 테니얼의 오리지널 삽화에 채색을 한 그림과 테니얼의 권유로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삭제됐던 ‘가발을 쓴 말벌’ 에피소드, 캐럴이 1897년 판본에 쓴 서문 등이 수록됐다.
세상을 뜨기 한 해 전, 캐럴이 쓴 짤막한 서문엔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로서의 소회나 위엄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다. 그는 다만 모자장수가 앨리스에게 낸 수수께끼 “까마귀는 왜 책상과 같을까?”에 대한 답을 고민하며 독자들에게 마지막 말장난을 건넨다. 그가 생각한 답은 “까마귀는 소리를 낼 수 있으니까”(‘note’에는 ‘적다’와 ‘소리’의 두 가지 뜻이 있는데, 책상과 까마귀 모두 ‘note’를 할 수 있다는 의미). 그리곤 덧붙인다. “그 수수께끼는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답 같은 것이 아예 없었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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