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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건강을 위해 간다" 이러면 빵점입니다

입력
2015.06.0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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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30주년 맞아 교장직 '하산'

"등산의 본질은 인간 한계 탐구… 기술 못지않게 독서와 사색 중요"

코오롱등산학교장에서 물러난 이용대씨는 4일 "중국 베이징에 등산학교 분교를 만들어 아주 행복하다"며 웃었다.
코오롱등산학교장에서 물러난 이용대씨는 4일 "중국 베이징에 등산학교 분교를 만들어 아주 행복하다"며 웃었다.

목소리는 카랑카랑했고 웃음 소리는 시원하게 터졌다. 이임 결정이 일흔아홉이라는 생물학적 나이 때문은 아니란 얘기다. “주변에선 더 해보라는 데, 박수칠 때 떠나야죠. 30년이라는 상징적 의미도 그렇고. 후배들에게도 길 터줘야 하고. 허허허.”

4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코오롱 등산학교 개교 3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1985년 등산학교 설립 때부터 30년간 관여해왔고 1998년부터 17년간 직접 이끌면서 길러낸 제자만 1만 8,000여명이라는 이용대씨가 마침내 교장직에서 하산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하산하는 마음은 가뿐하다. 홀가분해서는 아니다. 하산이라 해봤자 내려놓는 건 고작 교장명패 하나뿐이다. 학교는 다시 명예교장직을 부여했고, 등산 역사를 총정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고, 7권이나 펴낸 등산 관련 책을 앞으로 더 써낼 생각이다. 이외에도 이런저런 협회 회의, 사무처 업무, 강연 일정 등이 눈 쌓인 고봉들마냥 빽빽하게 들어차있다. 전날 회의도 밤 10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가뿐한 이유는 지난달 중국에 베이징 분교를 개설해서다. “중국으로 등반기술을 수출하는 글로벌화까지 해낸 겁니다. 4박 5일 정도 다녀와봤는데 우리 학생들이 40, 50대라면 중국 학생들은 20, 30대예요. 엄청난 성장 가능성을 보고 왔어요.” 1960, 70년대 선배들 어깨 너머로 배웠던 등반기술을 체계화해보고자 했던 열정이 한국에서 30년간 쌓인 끝에 중국으로까지 건너간 셈이다.

그럼에도 우리 등산 문화에 대한 불만은 여전했다. ‘등산인구 1,800만 시대’라는 얘기에 걸맞게 주말이나 휴일마다 수십만원짜리 기능성 등산복들이 전국 각지의 산들을 알록달록 채워나가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는 얘기다. 그는 “양에서 질로 바뀌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산에 왜 가느냐 물었을 때 건강을 위해 간다, 이러면 빵점입니다. 건강은 산을 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겁니다. 등산의 본질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이겨내는, 불확실성과 곤란함을 추구하는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알았으면 좋겠어요.”

이씨가 산 오르는 것 못지 않게 책 읽기와 쓰기를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이나 등산을 다룬 전문서적이나 시나 소설 같은 문학작품들이 얼마나 될 것 같아요? 무려 3만종이 넘습니다. 대중적으로 엄청나게 인기가 있다는 야구나 축구에 대한 책들은 그보다 훨씬 적습니다. 왜 그렇겠어요. 산을 오른다는 행위 자체가 인간 한계와 본질에 대한 탐구거든요. 등산문화가 발전한다는 것은 산에 가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게 아니라 이런 철학적 물음까지 함께 자란다는 겁니다.” 그래서 학교 교과과정을 만들 때,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기술 전수 못지 않게 독서와 사색을 강조했다.

높은 곳에 빨리 올라가는 식의 등반 경쟁을 탐탁지 않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싼 장비에 짐꾼까지 동원한 정상 정복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는 뜻이다. 인공적 산악 장비들의 힘을 빌리지 않고 그냥 맨 손으로 산을 오르는 ‘자연등반’이 인기를 끄는 추세도 그래서 나왔다. “미개척지가 많던 예전에야 정복 그 자체가 의미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시대는 갔습니다. 이제는 오르되 어떻게 오르느냐는 과정 자체가 더 중요한 시대입니다. 아니 할 말로, 그 좋다는 북한산 백운대를 오르면서 그 백운대의 역사와 등반의 역사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하려는 사람이 몇이나 됩니까.”교장 자리는 떠나지만 그는 ‘하산’할 뜻이 별로 없어 보였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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