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는 미웠지만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주승용)” “형님, 말씀을 잘 해주셔야지~(정청래)”
초여름 햇볕이 내리쬐던 3일 오후 경기 양평 가나안농군학교. ‘공갈 발언’으로 원수지간이 됐던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과 정청래 최고위원이 햇볕보다 더 뜨거운 악수를 나눴습니다. 사건 이후 한 번도 만나지 않았던 두 사람이 새정치연합의 1박2일 당 워크숍에서 만나 극적 화해를 이룬 건데요. 당의 내분 사태를 심화시키는 계기가 됐던 막말사태가 이로써 매듭지어지며 새정치연합의 내부 갈등은 일단 한숨 돌리게 됐습니다.
애초 자숙의 의미로 워크숍 불참을 결정했던 정 최고위원이 뒤늦게 행사에 참석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자 농군 학교에 있던 의원, 당직자, 기자들 모두 술렁술렁 소란스러워졌습니다. 정 최고위원과 주 최고위원이 드디어 만나 화해를 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번졌기 때문입니다.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듯 주 최고위원은 이 자리에서 “정 최고위원의 처남과도 친구고 한참 형님하고도 친구”라는 개인적 친분까지 드러내며 “그런 발언(공갈 발언)은 정치적으로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고 저도 그런 발언이 이렇게까지 크게 확대된 것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정 최고위원이 여수에 내려왔을 때부터 진정성 있게 (사과를) 받아들였다”고 공식적으로 화해를 선언했습니다.
이들의 극적 화해에는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에 더해 이번 워크숍을 주관한 안민석 교육연수원장의 물밑 중재 노력이 있었다는 후문입니다. 안 의원은 정 최고위원에게 거듭 참석을 요청하고 주 최고위원과 정 최고위원을
조별토론에서 한 조에 배정하는 등 최대한 화합하는 ‘그림’이 연출되도록 무진 애를 썼다네요. 안 의원은 워크숍 수료식에서 낭독한 결의문을 주 최고위원과 정 최고위원 둘이 함께 대표로 읽게 하자는 제안도 내놨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미련이 남았는지 안 의원은 수료식에서 “두분 의원님들이 언론인 앞에서는 악수를 하면서 좋은 화해의 모습을 보였는데 의원님들 앞에서도 (악수를) 하는 게 어떻냐”며 악수를 재차 제안했지만 ‘닭살 돋는다’는 의원들의 반발에 이뤄지지는 못했습니다.
새정치연합의 동료 의원들은 대체로 ‘일단 다행’이라며 안심하는 분위기입니다. 정 최고위원의 ‘공갈사퇴’발언에 격분한 주 최고위원이 회의 도중 회의실을 박차고 나서며 벌어진 갈등이 봉합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입니다. 한 의원은 “저렇게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부럽다”며 “저런 관심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냐”고 우스갯소리까지 건네는 등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습니다. 반면 ‘저게 무슨 쇼냐’며 눈살을 찌푸리는 의원들도 있었습니다.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한 주 최고위원이 당무 복귀에 대한 이야기는 쏙 뺀 채 카메라 앞에서 정 최고위원과 하하호호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보여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인데요. 실제로 이번 워크숍은 김한길, 안철수 등 비주류 진영의 인사들이 대거 불참해 ‘반쪽짜리’화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손을 마주잡은 이 날은 정 최고위원이 윤리심판원에 재심신청을 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기도 했죠. 결국 정 최고위원은 마지막 날에 ‘1년 당무자격 정지’라는 징계를 결정한 윤리심판원에 재심신청을 했습니다. 이를 두고도 정 최고위원의 워크숍 참석이 징계에 선처를 바라고 한 행동이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합니다. 이에 문 대표가 임명한 신임 안병욱 윤리심판원장이 어떤 결론을 내릴 지에도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주승용, 정청래 두 사람의 화해가 과연 혁신기구의 위원장을 선임하며 당 혁신의 첫 삽을 뜬 새정치연합에 ‘마중물’이 될 수 있을까요. 정말 혁신의 길은 멀고도 또 험한 듯 합니다.
양평=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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