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의장 원고 자격 없다" 판단
도 - 의회 인사권 다툼 불씨 남아
법원이 제주도의회 사무처장 인사를 둘러싼 도와 도의회 간 공방에서 사실상 제주도의 손을 들어줬다.
제주지법 행정부(재판장 허명욱 부장판사)는 3일 제주도의회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의회 사무처장에 대한 인사발령 처분 무효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도의회)가 행정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며 각하했다.
재판부는 “제주도의회 의장의 인사추천권은 개인적인 권리가 아니라 지방의회 대표에게 부여된 절차적 권한에 불과하기 때문에 의장의 개인적 권리가 침해됐다는 주장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또 “도지사의 인사처분으로 영향을 받는 당사자는 사무처 직원으로 발령된 공무원들일 뿐 도의회 의장이 아니다”라며 “의장에게 부여된 절차적 권한 자체가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려면 법률에 근거 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런 규정이 없어 의장이 소를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판시했다. 지방의회 의장의 인사 추천권은 의장이 소송으로 다툴 수 있는 개별적이고 구체화된 권리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앞서 지난 1월 실시한 제주도 상반기 정기인사 과정에서 불거진 이번 법정공방은 도의회는 지방자치법상 ‘지방의회 사무직원은 의장의 추천에 따라 자치단체장이 임명한다’고 규정돼 있음에도 의장의 추천절차를 거치지 않아 위법해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제주도는 인사발령을 하기 전날 관계관이 의장을 만나 인사발령 예정사항을 설명한 점을 들며 추천절차가 이뤄졌고 지방자치법의 ‘추천권’은 강제규정이 아니라며 정당한 인사권 행사였다고 맞서왔다.
이번 소송은 도의회 인사권을 놓고 벌어진 의회와 집행부의 소송이어서 다른 지방의회에서도 관심을 가져왔다. 그러나 이번 법원의 판결은 도지사가 의장의 추천 없이 의회 사무직원을 임명하는 게 적절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아 지자체와 지방의회 간 인사권 다툼의 불씨는 여전히 남게 됐다.
김영헌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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