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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영화원이 여성 감독 지원 강제하는 이유

입력
2015.06.0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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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퓨리오사는 제목과 달리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퓨리오사는 제목과 달리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제목만 따지면 맥스(톰 하디)가 영락 없는 주인공이다. 시리즈 1편부터 3편까지 카메라는 맥스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매드맥스4’)는 맥스가 빠져도 이야기 전개에 별 하자가 없다. 영화의 주도권은 맥스가 아닌 퓨리오사(샬리즈 시어런)가 쥐고 있다. 퓨리오사는 반란을 일으켜 극적 전개를 형성하고 죽음 문턱에 이르며 영화를 절정으로 끌어올린다.

반면 맥스는 이야기를 이끌지도, 사람들을 지휘하려 하지도 않는다. 묵묵히 조력자를 자임하는 그는 주요 악당을 저격할 때도 퓨리오사에게 총과 자신의 어깨를 내준다(맥스가 그 악당을 제거할 때 카메라는 그 과정을 외면한다). 페미니즘영화라는 수식이 맞을지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매드맥스4’는 적어도 여성에 호의적인 작품이다.

지난 4월 개봉했던 ‘차이나타운’의 시선도 이채롭다. 피도 눈물도 없는 곳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두 여자의 기이한 관계를 조명한다. 차이나타운 뒷골목을 지배하는 엄마(김혜수)는 어려서부터 눈여겨봐 왔던 일영(김고은)에게 자신의 목숨을 버리며 자신의 왕국을 넘긴다. 여성에서 여성으로 권력이 이어지는 모계사회의 변형을 비추며 여느 한국영화와는 다른 결을 스크린에 드러낸다.

최근 화제작들이 모처럼 여성을 스크린 중심에 세우나 극장 밖 현실은 여성 영화인에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난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여성이 메가폰을 든 작품은 7% 정도에 불과하다. 여성보다 남성을 선호하는 제작 풍토와 여전히 남성 중심적인 사회 분위기가 여성 영화 인재의 성장을 가로 막고 있다.

스웨덴이 모범이 될 만하다.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에 해당하는 스웨덴영화원은 매년 15편 가량의 스웨덴 영화를 지원하는데 2011년부터 지원작의 50%는 여성 감독 영화에 강제적으로 할당하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여성들이 투자 받는 데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투자자들은 여성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안나 세르네 스웨덴영화원 원장). 문화 다양성을 위해선 여성 영화인의 목소리도 커질 필요가 있다.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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