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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시 파켓] 서울의 '커피향', 세계가 주목하는 까닭

입력
2015.06.0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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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커피가 뭘까. 현대인에게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인간 사회는 이 쓰고 까만 음료를 택했고, 거기에 정서적 욕구와 환상, 욕망을 갖다 붙인다. 일터로 돌아가기 전 커피 한 잔은 한 잔의 격려가 될 수 있다. 빈 카페에서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들고 있는 이가 오렌지 주스 한 컵을 든 이보다 덜 외로울 거다. 젊은 연인이나 노부부가 커피를 마시면서 대수롭잖은 한담을 나누는 광경엔 본질적으로 낭만적인 뭔가가 있지 않은가.

물론 커피 자체가 가진 강점이 있다. 마음과 몸에 순간적 정력을 불어넣어 준단 점에서 하루를 버티는 데 유용하다. 상온에선 결코 제공 받을 수 없는 정서적 에너지의 공급원이 되기도 한다. 커피 열기에서부터 파도처럼 밀어닥치는 따뜻함과 안도감 같은 게 그거다. 맛은 쓰지만 묘한 매력이 있다. 아무 것도 넣지 않고 마시면 특유의 복잡성과 개성이 느껴지는데, 그래서 마실 때마다 매번 미묘하게 맛이 달라진다. 스타벅스처럼 늘 같은 맛을 추구하는 체인점의 경우엔 아닐 테지만 말이다. (커피를 향하는 내 감정이 단순히 즐기는 차원을 넘어 뭔가 비정상적 집착에 가까운 것 아닌지 이쯤에서 의아할 독자가 있을지 모른다. 그럴 수도 있다. 인정한다. 하지만 부디 계속 읽어달라. 곧 내가 말하려는 요지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삶을 그냥 흘러가게 놔두는 대신 잠시 멈춰 음미하고 싶을 때 우린 커피를 마시는 것 같다. 추측건대 이게 커피의 설렘이 커피가 제공되는 장소에 들러붙는 이유다. 우리가 생각하는 ‘카페 문화’는 14세기 터키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에 사람들이 모이고 사교하는 공간으로서 커피하우스가 생겨났다. 19, 20세기 유럽에서야 비로소 시와 소설이 쓰이고 정치 논쟁이 벌어지고 새로운 예술 사조가 빚어지는 곳의 기능을 카페가 맡았다.

오늘날 카페는 친목을 도모하고 일하고 쉬고 잠시 비를 피하거나 아니면 단지 집에서 준비했을 때보다 더 맛 좋은 커피를 마시기 위한 장소로 간주된다. 카페의 성장은 세계적 추세 같다. 하지만 각 도시의 카페 문화엔 일, 사교, 휴식에 대한 문화별 태도들이 영향을 준다. 로마에서 카페를 방문하는 것과 파리나 멜버른에서 카페에 가는 게 같지 않는 건 그래서다.

1990년대 말 한국에 온 나는 어떻게 서울이란 도시가 양질의 커피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지를 슬로 모션으로 목격할 수 있었다. 이걸 보며 다시 내가 서울과 사랑에 빠졌다. 도시 각지에 매주 새 카페가 생기는 걸 지켜보면서 난 행복했다. 간단히 말해 서울에 살면서 겪는 경험이 지금까지의 경험과 달라졌다. 이제 서울은 자기만의 독특한 카페 문화를 갖게 됐다.

서울의 카페 문화를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까. 우선 카페가 엄청나게 많다(세계 어떤 도시보다 많은 스타벅스 매장이 서울에 있다). 카페가 노소를 막론한 시민들 일상의 일부가 됐단 얘기다. 24시간 편의시설이 소중한 도시에서 카페는 친구와 담소를 나누거나 업무를 끝내는 데 가장 쉽고 편안한 장소다. 바쁘게 돌아가는 서울 카페는 속도 빠른 서울을 닮았다.

하지만 독립 카페들도 서울과, 다른 도시들에서 매년 늘고 있다. 디자인과 건축에 대한 국내의 관심이 커지면서다. 외관을 튀게 만들고 내부를 창의적으로 꾸민 새 카페가 상당수다. 이런 카페들은 단순히 대화를 위한 장소가 아니다. 당신으로 하여금 특별하고 색다른 공간에 들어간 것처럼 느끼게 한다. 특정한 분위기를 조성해 당신이 외부와 잠시 단절될 수 있도록 설계된다. 더 직접적인 도시 경험을 할 수 있게 돕는 파리의 노천 카페들과 대조적으로 서로 독립된 서울 카페들은 작고 기억할 만하고 다양한 공간들을 도시 안에 창조해낸다.

서울의 카페들에선 익명이란 느낌도 가질 수 있다. 오스트리아 빈에선 일반 고객들이 카페 안에서 작은 공동체를 형성하는 경향이 있고, 미국 카페들은 행사나 모임이 열리는 곳이다. 반면 서울의 카페들은 서로한테 낯선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장소다. 하지만 편하고 매력적인 분위기를 만들려는 카페 주인의 노력에서 온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커피 자체의 전반적인 질이 좋아지고 있는 데다 전세계의 핵심 커피 마니아들이 서울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뉴욕타임스 기사는 서울을 고급 드립 커피의 새롭고 혁신적인 중심지로 묘사했다. 한국 바리스타들은 커피를 볶고 내리는 기술이 뛰어날 뿐 아니라 자기만의 맛과 스타일을 만들려고 실험 중이다. 커피 애호가에게 갈수록 서울은 맛있어지고 있다. 배우 겸 영화칼럼니스트

서울 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곳곳엔 한국사람들을 닮은 카페를 흔히 볼 수 있다. 사진은 분당 정자동 카페거리.
서울 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곳곳엔 한국사람들을 닮은 카페를 흔히 볼 수 있다. 사진은 분당 정자동 카페거리.

<원문 보기>

Coffee Culture in Seoul

What is it about coffee, anyway? For people living in today’s world it has become so much more than just a beverage. Human society, for some reason, has chosen this bitter, black drink on which to attach much of its emotional needs, illusions and desires. A cup of coffee can act as a shot of encouragement before heading back to work. Sitting in an empty cafe with a mug of hot coffee, one feels less alone than one would with a cup of orange juice. And isn’t there something inherently romantic about young lovers, or an elderly married couple, making insignificant small talk over coffee?

Of course, as a beverage itself, coffee has does have its strong points. It offers a temporary jolt of mental and physical energy, which is often helpful in getting through the day. It also provides energy in the sense that it’s never served at room temperature - it either gives you a burst of warmth, or a splash of relief from the heat. The taste, meanwhile, is bitter but beguiling. Taken straight, it has the complexity and personality of something from nature, always tasting slightly different from the previous cup - except, perhaps, in Starbucks and other chains where it always tastes the same. (I suspect that at this point, some of my readers might be starting to wonder if my own feelings towards coffee go beyond mere enjoyment, to something approaching abnormal attachment. I’ll admit this as a possibility, but please read on! ? I’ll get to my point soon.)

Generally, we seem to drink coffee at times when we want to stop for a moment and savor life, instead of just letting it pass by. I guess this is why the romance of coffee has attached itself to the places where it is served. What we think of as “cafe culture” dates back to 14th century Turkey, when coffeehouses emerged as places where people would gather and socialize. In 19th and 20th century Europe, cafes often served as places where literature was written, politics was debated, and new artistic movements took shape.

Today, cafes tend to be a place to socialize, to work, to rest, to escape the weather, or simply to drink coffee that tastes better than what you could prepare at home. The growth of cafes seems to be a global trend. Nonetheless, the cafe culture that develops in each city is affected by each culture’s attitudes towards work, socializing, and relaxation. So visiting a cafe in Rome is not the same as in Paris, or in Melbourne.

I moved to Korea in the late 1990s, which means that I was able to witness in slow motion how the city of Seoul fell in love with high quality coffee. This, in turn, has helped me to fall in love with Seoul. Watching new cafes appear each week in different corners of the city has provided a steady source of happiness. Put simply, the experience of being in Seoul is different from what it used to be. It is now a city with its own unique cafe culture.

So how would one describe Seoul’s cafe culture? Firstly, the overall number of cafes is surprisingly high (Seoul has more Starbucks than any other city in the world), which reflects the fact that cafes have become part of the everyday routines of younger and older citizens alike. In a city that values 24-hour convenience, cafes are the easiest and most comfortable place to spend time talking with friends and acquaintences, or to get an hour of work done. Seoul cafes feel busier than those in most other countries, reflecting the fast pace of life in the city.

But with each passing year, the number of independent cafes in Seoul and other cities continues to rise. This has gone hand in hand with Korea’s growing interest in design and architecture, so that many of the new cafes have striking exteriors and creatively decorated interiors. These cafes are not simply a place to talk, they make you feel as if you are stepping into a special and unusual space. They are designed to create a certain mood, and to give you brief respite from the outside world. In contrast to the outdoor cafes of Paris, which help you to more directly experience the city, Seoul independent cafes create small, memorable, diverse spaces within the city.

There can be a slightly anonymous feel to Seoul cafes. Compared to Vienna, where regular customers tend to form small communities within cafes; or the US, where cafes are more likely to hold events or social gatherings, Seoul cafes are places where strangers rarely get to know each other. Nonetheless, there is a warmth that one feels in the owners’ efforts to create a comfortable and appealing atmosphere.

As for the coffee itself, the overall quality continues to rise, and hard core coffee afficionados from around the world are starting to notice Seoul. Last year, a New York Times article described Seoul as a new, groundbreaking center for high-end drip coffee. Korean baristas are not only proficient in the art of coffee roasting and brewing, but many are experimenting to create their own unique tastes and styles. For a coffee lover, with every year Seoul is becoming more and more delici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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