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국산 에너지시스템 EMS 도입
신재생에너지 생산·분배 자동화
소비전력 81% 생산해 1억여 원 절감
캐나다 등 수출… 국내 86개 섬 확대
세월호의 아픔과 영화 ‘명량’의 기억이 스며있는 전남 진도에서 배를 타고 북서쪽으로 15~20분 이동하면 가사도라는 작은 섬에 닿는다. 여의도의 2배가 조금 넘는 땅에서 160여가구가 톳을 일본에 수출해 살아가고 있다. 이곳이 최근 한국을 대표하는 에너지 자립섬으로 거듭나고 있다.
에너지 자립섬이란 외부 발전에 의지하지 않고 친환경 에너지를 이용해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 쓰는 섬을 말한다. 가사도 주민들은 태양과 바람의 힘을 빌어 만든 전기를 나눠 쓴다. 이들의 친환경 행보는 이미 바다 건너까지 소문이 났다.
이 곳은 신재생에너지의 생산과 분배 전 과정이 자동으로 조절되는 한국산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이 처음 도입돼 외국에서도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EMS는 전기가 얼마나 모자라고 남는지, 남을 땐 상수도나 에어컨, 배터리 중 어디로 보내야 할 지를 쉬지 않고 자동으로 계산한다.
지난달 29일 찾은 가사도의 언덕 위에는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이 운영하는 마이크로그리드(소규모 전력공급 시스템) 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내부에 들어가니 복잡한 숫자들이 깜빡이는 전광판이 눈에 들어왔다.
‘출력 174.5킬로와트(㎾), 인버터 -44㎾, 배터리 58.2%, 풍력 -0.1㎾, 디젤 0㎾….’ 디젤발전기와 풍력발전기가 멈춰 있으니 174.5㎾는 모두 태양광이 만든 에너지다. 그런데 이 중 44㎾가 남아 인버터를 이용해 배터리에 충전하는 중이다. 따라서 이를 제외하면 당시 섬에서 쓰고 있는 전력량이 130.5㎾다.
배터리에 저장해둔 전기는 바람이 없는 날이나 밤에 꺼내 쓴다. 그렇다고 배터리에 전기를 무한정 담을 순 없다. 섬 전체의 하루치 소비 전력을 저장하면 꽉 찬다. 그래서 남는 전기 일부는 상수도나 냉방기기로 보낸다.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준공된 지난해 10월 이후 이런 방식으로 가사도는 전체 소비 전력의 81%를 태양광과 풍력으로 만들었다. 이틀 넘게 흐리거나 비가 온 경우에만 기존 디젤발전기를 돌렸다. 덕분에 과거처럼 전체 소비 전력을 모두 디젤발전기로 생산할 경우 필요한 기름값 약 1억5,000만원을 절감했다.
그러나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설비 투자에 92억원을 들인 걸 감안하면 연 7억원 가량 적자다. 육지의 전력계통과 떨어져 있는 섬의 특성상 과거에도 발전단가가 킬로와트시(㎾h)당 1,100원으로 도시(120~130원)의 10배 가까이 됐다.
그럼 가사도에 왜 많은 투자비를 쏟아 부었을까. EMS를 국내 처음으로 섬에 적용해 최적의 경제성을 찾는 에너지 자립 모델을 실증하기 위해서다.
에너지 자립을 실현하려면 신재생에너지 비율과 초기 투자비, 발전단가 등을 조절해 최적의 경제성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채우규 한전 전력연 선임연구원은 “가사도 규모에선 설비 투자 42억원, 신재생에너지 비율 60% 정도가 알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발전단가가 1,060원으로 떨어지고, 해마다 약 2억7,000만원의 기름값이 절감돼 20년 뒤면 적자가 해소될 것이란 예상이다.
한전은 이 에너지 자립 모델을 국내 86개 섬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같은 모델을 모잠비크와 캐나다에도 수출했다. 송일근 전력연 마이크로그리드연구사업단장은 “전기요금이 비싸고 전력시스템이 오래 된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사도=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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