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 입장 변화없어 분산 개최"
무산땐 8·15행사 등 차질 불가피
남북 민간단체들이 추진하던 6ㆍ15 공동선언 15주년 공동행사가 끝내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경색 국면을 돌파할 신호탄으로 기대를 모았던 6ㆍ15 공동행사 개최가 물 건너 가면 남북관계는 더욱 꼬일 수밖에 없다.
6ㆍ15 공동행사 북측 준비위는 1일 6ㆍ15 공동행사와 관련된 우리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아 남북한이 따로 개최하자는 의견을 전달해 왔다고 남측 준비위가 2일 밝혔다. 북측 준비위는 팩스로 보낸 서신에서 “남측 당국이 6ㆍ15 공동행사에 대해 ‘순수한 사회문화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에 허용할 것’이라는 전제 조건을 달면서 6ㆍ15 행사를 서울에서 한다는 것에 대한 입장을 아직까지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남측 당국의 근본 입장에 변화가 없는 한 설사 행사 준비를 위한 실무접촉을 진행하더라도 좋은 결실을 가져올 수 없을 것”이라며 각 지역별 분산 개최를 제안했다.
북측의 공동행사 보이콧은 예고됐던 바다. 앞서 남북한 준비위는 지난달 초 중국 선양에서 1차 실무접촉을 갖고 6ㆍ15 공동행사 서울 개최에 잠정 합의했지만, 행사 성격과 장소를 두고는 기싸움을 이어왔다. 특히 북측이 남측 준비위의 추가 만남 제안을 철저히 무시하는 바람에 논의 자체가 한달 넘게 전면 중단됐다.
때문에 북한이 6ㆍ15 공동행사 개최에 애당초 뜻이 없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미군사훈련이 끝나면 남북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우리 정부의 기대와 달리, 북한은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까지 경색 국면을 이어가는 게 남북관계 주도권을 잡는 데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보수단체 반발 등 남남갈등을 지나치게 의식해 행사 성격 및 장소에 대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먼저 제시한 것이 북측과의 협상에 걸림돌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워낙 불신의 골이 깊은 상황에서 남북 모두 관계 개선의 전환점으로 6ㆍ15 공동행사를 계기로 삼기엔 회의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남측 준비위는 일단 “북한을 설득해 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한 데다 정부 역시 기존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정부로서도 6ㆍ15 행사가 무산될 경우 8ㆍ15 광복 70주년 행사 개최 등 각종 교류 협력 사업을 이어갈 지렛대가 상실되는 만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6ㆍ15 행사가 무산되면 남북관계를 전환할 특별한 계기를 따로 마련하기 쉽지 않다”면서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부여해 8ㆍ15 공동행사에 관한 당국간 회담을 제안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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