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로 시작된 할리우드 영화의 흥행 공세가 강도를 더할 조짐이다. ‘쥬라기월드’와 ‘터미네이터 제네시스’ 등 지명도 높은 블록버스터가 릴레이 개봉할 예정이어서 충무로의 한숨 소리만 커진다.
‘쥬라기월드’가 11일 개봉하며 할리우드 여름 흥행몰이에 나선다. 1990년대 세계 영화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쥬라기공원’시리즈의 4편에 해당하는 영화다. 14년 만에 극장가를 다시 찾는 인기 시리즈다. 첨단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낸 거대한 공룡의 모습과 이에 맞서는 인간의 사투가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
‘터미네이터 제네시스’가 내달 2일 개봉하며 ‘쥬라기월드’의 공세를 이어 받는다. 이병헌이 터미네이터로 등장해 국내 관객들의 눈길을 잡는다. ‘미션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은 아직 개봉 시기를 확정하지 않았으나 늦어도 내달 31일 극장가에 선보일 예정이다. ‘터미네이터 제네시스’와 ‘미션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은 국내 2위 멀티플렉스체인 롯데시네마를 소유한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아 공격적인 마케팅이 예상된다.
할리우드의 공격적인 행보에 비해 충무로는 보릿고개를 이어가는 형세다. 비수기인 3~4월 시장을 할리우드에 내줬으나 성수기가 시작된 지난달은 충무로의 반격이 기대됐다. 하지만 할리우드 천하였다.
2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580만5,090명)과 ‘매드맥스4: 분노의 도로’(294만6,691명), ‘스파이’(155만4,834명)가 모은 관객만 1,030만6,525명이었다. 세 영화의 매출액 점유율만도 59.9%였다. 한국영화는 ‘악의 연대기’(204만1,356명)만 선전하며 약세를 면치 못했다. 기대를 모았던 사극 ‘간신’(88만1,692명)도 예상 밖의 지지부진한 흥행 성적을 보였다. ‘은밀한 유혹’과 ‘연평해전’ ‘극비수사’ 등이 개봉 대기하고 있으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위세를 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규모로만 몰아붙이던 10년 전과 달리 요즘 할리우드 영화는 이야기의 짜임새도 갖추고 있다”며 “한국영화는 이야기의 힘에서도 할리우드에 밀려 계속 고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충무로는 내달 말에 선보일 대작들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도둑들’의 최동훈 감독이 연출한 ‘암살’과 ‘베를린’의 류승완 감독이 지휘한 ‘베테랑’이다. 한 영화인은 “최근 ‘명량: 회오리바다’와 ‘국제시장’을 제외하면 별다른 흥행작이 없다”며 “여름 성수기 소수 대작에만 목매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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