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신시내티의 조이 보토
7회말 1사 후 나가 팀 5득점
경기 끝나고 취재진이 공개
▲ 조이 보토.
3볼만으로 타자가 유유히 1루에 걸어나갔는데 경기가 끝날 때까지 아무도 이를 알아채지 못하는 황당한 일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나왔다.
희대의 '볼셋 출루' 주인공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의 선구안을 자랑하는 조이 보토(32ㆍ신시내티)다. 보토는 1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그레이트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워싱턴과의 경기에 2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팀이 3-2로 앞서던 7회말 1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워싱턴의 좌투수 맷 그레이스를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흘려 보낸 뒤 2구째 볼을 골라냈다. 3구는 헛스윙, 4구는 파울이었고 5구째 다시 볼을 골라냈다. 여기까지 볼카운트는 2볼-2스트라이크. 그리고 6구째는 다시 낮은 볼이 들어왔다. 어이없는 일은 여기서 발생했다. 보토는 아무렇지도 않게 방망이를 내려놓고 1루로 걸어나갔다. 경기장의 전광판과 TV 중계 화면은 2볼-2스트라이크에서 3볼-2스트라이크로 제대로 바뀌었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투수를 포함한 워싱턴 선수ㆍ코칭스태프와 심판은 물론이고 TV 중계진, 관중 중 어느 누구도 그의 출루에 의심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보토가 1루로 나간 뒤 경기는 자연스럽게 그대로 진행됐고, 신시내티는 기세를 몰아 7회말에 5점을 추가 득점해 결국 8-2로 경기를 마쳤다.
아무도 몰랐던 보토의 '완전범죄'는 취재진까지 속일 수는 없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com은 경기 후 보토의 출루 장면과 함께 "보토가 스리볼로 걸어나갔다"고 공개했다. 미국의 CBC스포츠 등 복수의 매체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경기 중 선수나 심판이 볼카운트를 착각하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기 마련이라 이날처럼 경기가 진행돼 끝나버리는 경우는 드물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보토와는 반대로 4볼에도 출루하지 않은 경우다. 2005년 4월22일 군산에서 열린 KIA과 두산의 경기에서 두산 김재호가 9-1로 앞선 7회초 선두타자로 나가 3볼-2스트라이크에서 볼이 들어왔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다시 타석에 섰고, 심판을 포함한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김재호는 4볼-2스트라이크라는 기상천외한 볼카운트에서 7구째 안타를 쳤다.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다음달 김재호의 기록을 안타에서 볼넷으로 정정했다. 김재호가 안타를 쳐 출루한 주자 위치는 똑같았기 때문에 개인 기록만 정정하면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3볼에 출루한 보토의 기록을 정정하려면 경기를 그 상황부터 다시 진행하는 수밖에 없는데 현실적으로 야구에서 재경기는 불가능해 이날 기록은 모두 인정된다. 통산 세 차례 볼넷 1위, 4번의 출루율 타이틀을 거머쥔 메이저리그 최고 선구안의 소유자 보토였기에 일어날 수 있었던 해프닝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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