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미스터리다. 공인구 반발계수는 낮아졌는데, 홈 경기 장타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어린이날을 기점으로 6연패 나락에 빠졌던 롯데가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6연속 위닝 시리즈에 성공하며 기분 좋게 5월을 마쳤다.
롯데는 지난 4월17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조사한 공인구 수시검사에서 구단이 사용하는 H사 제품의 반발계수가 기준치보다 높아 홍역을 치렀다. 당시 반발계수는 0.4414로 KBO 기준치(0.4134~0.4374)를 0.004 초과했다. 이후 롯데 구단은 4월24일부터 새로운 공인구를 납품 받아 사용하고 있다. 롯데가 공개한 테스트 결과 바뀐 공의 반발계수는 0.4166으로 상당히 낮은 편이다.
반발계수는 파이프 안 야구공에 순간적으로 고압 가스를 불어 넣어 콘크리트 벽에 발사한 뒤 벽을 맞고 튀어나오는 속도를 던진 속도로 나눈 값이다. 반발계수가 0.01 높아지면 타구의 비거리는 2m 정도 늘어나는데, 롯데의 경우 0.004 초과했으니 이론적으로 80㎝가 더 날아가는 효과를 본 셈이다. 쉽게 말해 타자들이 쓰는 방망이 길이 정도만큼 타구가 멀리 나간 셈이다.
이 80㎝가 롯데에 얼마나 큰 이익을 줬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제조업체가 규정에 어긋나는 공인구를 납품하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면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프런트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특히 문제의 공인구를 썼던 4월23일까지 원정경기 기록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 홈 장타율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날짜를 기준으로 홈 10경기에서 롯데의 팀 타율은 2할7푼4리, 장타율은 5할8리였다. 반면 원정 10경기 타율은 2할4푼1리, 장타율은 3할6푼9리로 홈경기보다 크게 낮았다.
그래서 4월24일부터의 성적이 중요했다. 새로운 0.4166짜리 반발계수의 공인구를 쓴 뒤부터 홈 장타율이 뚝 떨어지면, 이전까지 기록은 이른바 '탱탱볼' 효과라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덜 날아가는' 공을 쓰면서 오히려 롯데 타선의 장타율은 상승했다. 공이 바뀐 시점부터 1일까지 롯데의 홈 18경기 타율은 3할2푼8리, 장타율은 5할8푼1리다. 14번의 원정 경기 타율은 2할7푼4리, 장타율은 4할2푼1리다. 반발계수가 낮은 공으로 롯데 타자들은 더 시원하게 때렸다.
야구 팬들은 지난달 24일 강민호가 LG와의 홈 경기에서 투런 홈런을 치자 "탱탱볼 때문"이라고 비아냥댔다. 상대 오른손 투수 임정우의 낮은 직구를 강민호가 잡아 당기는 순간, 방망이가 부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흔하지 않을 뿐, 충분히 가능한 장면이다. 배트가 부러져 운동 에너지에 손실이 발생했어도 빠른 배트 스피드와 엄청난 파워가 동반된다면 홈런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SK 최정도 2006년 6월7일 대전 한화전에서, 2012년 10월29일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이렇게 두 차례나 홈런을 쳤다. kt 김상현도 KIA 시절인 2009년 6월4일 광주 두산전에서 부러진 방망이를 끝까지 돌려 대포를 가동했다. '탱탱볼' 때문이 아니라, 탱탱한 근육 때문이다.
이종운 롯데 감독은 "최근 홈 장타율이 더 좋아졌다는 것은 결국 타자들이 방망이 중심에 더 잘 맞혔다는 의미 아니겠냐"며 "공의 반발계수가 높든 낮든, 가장 중요한 것은 타자들이 정확히 때렸느냐, 그렇지 않느냐다. 우리 팀뿐 아니라 겨우내 열심히 훈련한 타 팀에도 정말 잘 치는 선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사진=롯데 강민호(오른쪽).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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