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타. 허 참 이리 봐도 이상하고 저리 봐도 이상하다. 전업주부도 20년 이상 산 경우, 대개 남편 재산의 40~50% 정도를 받곤 하는데, 어째서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백년해로한 부부는 배우자가 먼저 떠날 경우 자식수에 따라 다르다지만 20%~30% 정도 받으면 많이 받는 것일까.
이혼시의 재산분할액과 상속분과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다.
잘 알다시피 법정이혼을 할 때에는 재산분할이라는 절차를 거친다. 그리고 재산분할은 각자 재산형성에 기여한 기여도를 산정하게 되는데, 직접적으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전업주부라도 남편의 재산을 알들살뜰 관리한 공을 인정받아 10명 중 3명은 50% 정도를 분할 받는다(물론 부부의 총재산이 얼마인지에 따라 비율이 달라지는데, 남편 재산이 많을 수록 전업주부 아내의 비율이 작아진다. 한편 이것과는 논외로 맞벌이 여성이 50% 정도를 분할받는 비율이 오히려 전업주부보다도 더 적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 사실 또한 여기에서 한 번 다룰 예정이다).
예를 들어 서울 강북에 7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현금성 자산을 2억원 정도 가진 부부가 있다고 보자. 남편은 대기업의 부장이고, 아내는 전업주부이며 자식은 이제 막 대학교 들어간 딸과 고등학생인 아들 둘 총 셋이며 함께 산지는 20년 정도 되었다. 그런데 남편이 결혼 후 우연히 불장난에 빠져 외도를 하였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이 경우 아내는 대체로 50% 내외에서 재산을 분할받게 된다. 못 받아도 40%는 받게 된다. 따라서 3.6억원에서 4.5억원은 분할받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내가 남편을 용서해주고 함께 살기로 결정했다고 하자.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 결국 남편이 사별할 때까지 같이 살게 되었다. 총 40년을 함께 산 것이다. 이 경우 아내는 얼마를 상속받게 될까?
그 사이 자식들 대학보내고 결혼 시키느라 재산이 줄면 줄지 늘진 않았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9억원 정도의 총 재산이 있다고 치자. 이 경우 아내에게 돌아갈 몫은 3억원에 불과하다. 물론 아내의 상속 전 기여분이 인정될 가능성도 있고(사실 거의 없다), 자식들이 자기 몫의 상속분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지만(자식들이 결혼을 했다면 그 가능성 또한 거의 없다. 그 배우자들이 어디 가만히 있겠는가), 대체로 3억원이 전부이다. 그럼 나머지 6억원은 어떻게 되는가? 자식 셋이 균등하게 2억원씩 가져가게 된다.
왜냐하면 민법은 상속재산을 배우자와 자식들이 거의 균등하게 나눠갖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배우자는 1.5 나머지 자식들은 균등하게 1씩으로 위 사례에서는 1.5:1:1:1씩 나눠 갖게 된다.
이상하지 않은가. 중간에 함께 못 살겠다고 찢어지면 40~50%를 인정받아 3.6억원에서 4.5억원을 나눠 가질 수 있는데, 남편이랑 백년해로를 하면 오히려 3억원 밖에 못 받게 되는 것이다. 결국 중간에 이혼하는 것보다 흰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같이 사는 게 경제적으로는 더 손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법학자들은 이런 비합리적인 간극에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동안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크게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 십 년 전까지는 이혼은 먼 이웃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배우자 1인이 사망하면 자식들이 부모 1인을 부양하는 것을 당연히 여겨왔다. 즉 1.5의 비율만을 상속받았더라도 1의 비율씩 나눠 가진 자식들이 남아계신 부모님을 부양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혼률이 40%를 넘는다. 이혼을 통한 재산분할을 직간접적으로 목격할 일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상속을 통해 1씩 상속받은 자식들은 자신의 자식을 키우느냐 힘에 부쳐 남아 계신 부모 1인을 부담스러워 한다. 즉 1.5만 받은 부모는 그것으로 나머지 인생을 꾸려야만 하는 것이다. 분명 자식들에게 간 그 1은 사별한 배우자와 함께 일군 재산이건만, 이미 자식들 주머니로 간 상속재산은 그들의 자식들에게 열리느냐 바빠 부모에게는 잘 열리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어라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법학자들에게도 들기 시작한 것이다. 평생 함께 산 사람이 중간에 이혼한 사람보다 경제적으로 더 불리한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지 않겠는가. 평생 자식들을 위해 안 먹고 안 쓰고 재산 일군 부모들이 노후에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온 법무부에서 2014년 내놓은 안이 바로 배우자에게 상속 선취분 50%를 주자는 것이었다. 배우자의 재산 기여도를 상속에서도 인정하는 것이다. 재산 형성에 별 기여하지도 않은 자식들 몫을 남아 있는 배우자에게 주어서 조금이라도 덜 궁핍한 노년을 보내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럼 재혼한 경우는 어찌할 것인가. 그때는 법원에서 기여도를 따져서 별도로 산정하자 제안했다. 어차피 국민연금과 노령연금만으로는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 자명하고, 자식들도 남아 계신 부모의 부양을 부담스러워 하는 이상 이 법률안은 매우 획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금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한 합리적인 안이었다. 게다가 남아있는 배우자까지 사망하면 어차피 그 재산은 결국 자식들에게 가지 않겠는가.
그런데 또 이상타. 법무부가 안을 내놓은 게 2014년인데, 아직까지도 통과가 안 되고 있다. 듣자하니 재벌들의 승계구도에 이상이 생길 거라는 등, 돈 아주 많은 분들이 이 안이 꽤나 맘에 안 들어 한다고들 한다. 그 엄청나게 돈 많으신 분들이 아내에게 회사 지분이 상속되는 것을 왜 그리 염려하시는 건지, 혹시 외척의 개입을 염려하시는 건지 뭔지 나는 미처 추측도 못 하겠다.
그렇지만 평생 먹고 살 돈이 넘치고도 남는 사람들의 우려가 우선일까 아니면 당장 의지할 곳 없는 노인들의 노후가 우선인 걸까. 노령화 속도는 OECD 최고 속도인데, 노인빈곤화는 OECD 최악이다. 그런데도 이 법이 통과될 것이라는 소식은 요원하기만 하다. 참으로 이상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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