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명실상부하게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한다. 고용 측면에서 보면 선진국 수준으로 고용의 양적 성장을 달성하면서 일자리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노동시장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는 구조개혁에 힘쓰고 있다.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서는 노동시장 각 부문의 변화가 모두 필요하다. 특히 무엇보다 선진국에 비해 경제활동 참여가 많이 낮은 여성의 고용률을 끌어 올리는 것이 핵심 과제다. 다행히 50% 초반이던 여성 고용률이 최근 10여년 사이 55% 수준까지 올라서고, 여성이 남성보다 높은 고용률 증가세를 보이는 등 고용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
여성이 남성보다 고용률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일ㆍ가정 양립이 쉽지 않은 우리 사회 현실과 맞물려 있다. 20대에는 여성 고용률이 남성보다 높지만, 출산ㆍ육아를 거치는 30대부터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경력단절 현상으로 여성 고용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육아 등의 사유로 여성의 경력단절이 계속된다면 고용률 70% 달성은 어렵다. 뿐만 아니라, 여성인재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없게 돼 기업과 국가경쟁력에 큰 손실이 발생한다.
정부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고 출산ㆍ육아 후 빠른 직장복귀와 일ㆍ가정 양립 지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제도를 확대하고, 시간선택제ㆍ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유연한 근무형태 확산을 지원하고 있다. 여성근로자들이 전일제로 근무하다가 출산ㆍ육아기에 시간선택제로 전환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육아가 끝난 후에는 다시 전일제 근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임신 기간(임신 12주 이내 및 36주 이후) 동안 임금 삭감 없이 근로시간을 1일 2시간 단축할 수 있는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도입하였다. 쌍둥이 등 다태아 출산 시 출산전후휴가 기간을 90일에서 120일로 확대하는 등 모성보호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육아휴직 대상자녀 연령을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로 높였다. 남성 육아휴직 촉진을 위해 부부가 같은 자녀에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두 번째 육아휴직 사용자의 육아휴직급여를 더 많이 주는 일명 ‘아빠의 달’을 도입했다. 그 결과 매년 약 10%씩 육아휴직 사용자수가 증가하고 있고 이런 추세라면 올해 공무원ㆍ교직원을 제외하고도 육아휴직 사용자가 8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현장에서는 사업주 또는 직장동료의 눈치가 보여 출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을 제대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많다. 일명 ‘사내눈치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우리 생활 속 인식이다.
인식이 바뀌어야 문화가 바뀐다.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자. 일ㆍ가정 양립은 직장 내 동료끼리 품앗이나 마찬가지다. 일ㆍ가정 양립이 필요한 동료를 배려하면 그 혜택이 언젠가 자신과 자식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가 모두의 축복과 배려를 받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물론 사업주도 근로자의 일ㆍ가정 양립 지원을 자신의 육아 문제이자 인재 활용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남성의 인식전환도 필요하다. 남성이 더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해야 일터와 가정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정부와 함께 국민 모두가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사회’ ‘남녀 모두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 만들기’에 동참해 고용률 70% 달성과 함께 삶의 질을 더욱 풍요롭게 가꿔 나가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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