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이달 입지선정 움직임에
"평택만 이익 얻는데 피해지역과는 의논 안 해" 반대 서명운동 벌여
“삼성의 100조원 투자로 덕 보는 건 평택인데 흉물스런 송전철탑은 왜 우리 땅에 박아야 합니까?”
1일 경기 안성시 양성면 미산2리 원종열(61) 이장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그는 “안성에만 송전철탑이 340개가 넘는다”며 “국익도 좋지만, 건강을 위협하고 환경을 훼손하는 행위를 더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최근 양성면 이장단 등 40여명으로‘송전선로반대 주민대책위’를 꾸린 원 이장 등은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12일에는 전남 나주 한국전력 본사를 찾아 집회를 열 예정이다. 집회에는 주민 1,000명이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의 평택 고덕산업단지 전기공급 계획에 대해 안성ㆍ용인 주민의 반발이 거세다. 서안성변전소에서 전기를 끌어다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에 예비전력(1,000만MW)을 공급하려는 한전의 구상에 송전선로 예정지 주민들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경기도와 안성시 등에 따르면 한전은 안성시 서안성변전소에서 평택 고덕변전소간 17km 구간(직선거리)에 38~48기의 철탑을 세워 345㎸ 고압송전선로를 연결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후보지를 조율 중이다. 송전선로는 안성 양성면-용인 남사면-안성 원곡면-평택 고덕변전소를 잇는다.
한전은 애초 이 사업을 2021년 6월쯤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삼성전자가 2017년까지 1차로 15조6,000억원을 들여 반도체 단지를 완공하기로 하자 일정을 2~3년 앞당기려 하고 있다. 한전은 이달 안에 입지선정위원회(입지선정위)를 열어 선로를 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송전철탑을 박는데 땅을 내줘야 하는 안성과 용인지역 주민들은 건강권 침해와 환경훼손 등을 들어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선 삼성전자 입지로 수혜를 입는 평택에 반해 아무런 보상책도 선행되지 않고 사업이 추진되는 것에 대한 반감이 크다. 송전선로가 평택의 도심 구간 8km는 지하로, 안성ㆍ용인 구간은 땅 위로 지나는 데에 대한 차별감도 만만치 않다.
천동현(새누리ㆍ안성1) 경기도의원은 “한전이 입지선정위에 시의원의 참여도 배제하는 등 실질적인 피해 당사자인 주민도 모르게 입지를 정하려 한다”며 “주민 반발은 한전이 자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한전은 15명으로 꾸려진 입지선정위에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주민과 공무원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평택 구간 지중화도 평택브레인시티 사업과 관련, 평택시가 사업비의 50%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시와 협약을 맺은 데 따른 것이라 설명했다.
한전 관계자는 “고덕 산단에 전력을 조기 공급하고 급작스런 정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사업”이라며 “입지선정위원도 해당 시ㆍ군에 모두 공문을 보내 추천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경기도가 안성시, 평택시, 한전, 삼성전자 관계자들을 불러 중재에 나서고 있으나 별다른 합의점은 찾지 못하고 있다.
유명식기자 gija@ 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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