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압박 거세지자
탄소가격 결정에 사전 대응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탄받던 유럽 6개 대형 정유사들이 유엔과 함께 처음으로 기후변화에 공동 대응하기로 나섰다. 올해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정유사들이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자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 주요 6개 대형 정유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올해 12월 파리에서 개최되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탄소 사용을 줄이기 위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를 정착하기 위해 유엔은 물론 각국 정부와 직접적인 대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6개 정유사는 네덜란드와 영국의 합작회사인 로열더치셀과 BP(영국), BG(영국), 토탈(프랑스), 스타토일(노르웨이), 에니(이탈리아) 등이다.
유럽 6개 정유사 CEO들은 지난달 말 크리스티나 피게레즈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미래 세대를 위해 기후 변화를 막으면서 더 많은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적정한 이산화탄소 거래 가격 책정에 관해 실행 가능한 해법을 창안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FT는 전했다.
대형 정유사들은 전통적으로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 정부 측과 비공개로 접촉하는 로비 활동을 선호해왔다. 이들이 이번처럼 공개 대화에 나선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고 FT는 전했다. 약 200개국이 참여할 예정인 이번 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는 교토의정서가 종료되는 2020년 이후 신(新) 기후체제를 마련하기 위한 최종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선진국만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담했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신 기후체제는 선진국, 개발도상국 모두가 참여하는 것으로 확대된다. 이 때문에 유럽 정유사들이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결정될 탄소 가격 등이 자신들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발 빠르게 사전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의 양대 정유사인 엑손모빌과 셰브론은 유럽 정유사들의 움직임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며 반감을 나타냈다. 렉슨 틸러슨 엑손모빌 CEO는 지난주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우리에게 이득이 된다고 생각하는 해결책과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FT는 “미국 정유사의 주주들은 기후변화협약에 참가할 경우 탄소 배출 가격 등으로 인한 비용 증가를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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