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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자전거의 부활

입력
2015.06.0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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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특파원으로 일할 때 큰 골칫거리 중 하나는 주차였다. 워싱턴으로 차를 몰고 나가면 주차공간을 찾아 도로를 몇 바퀴씩 도는 건 예사였다. 급한 마음에 한적한 곳에 세웠다가 수십 달러 벌금을 무는 건 예사고, 견인이라도 되면 한달 월급의 10분의 1이 날아갔다. 2010년 시가 자전거 공공대여 서비스인 바이크셰어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걸어 다니기에는 멀고 차로 다니자니 교통체증에 주차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차에 한달 3만원도 안 되는 저렴한 이용료로 시내를 휘젓고 다닐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31일 이란 핵협상 차 방문한 스위스에서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오른쪽 넓적다리가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다. 올해 71세인 그는 해외출장 길에도 자신의 자전거를 공수해 탈 정도의 자전거광이다. 2004년 대선후보 때는 우주선에 사용되는 최첨단 재질로 만든 8,000달러 상당의 고급자전거가 화제가 됐다. 수준급의 산악자전거 실력으로 유명했던 조지 W 부시 당시 상대후보는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자전거를 고정 설치해둘 정도여서 둘의 뜨거운 자전거 사랑도 선거열기를 달궜다.

▦ 가장 고전적 이동수단이던 마차가 사라진 건 기차와 자전거가 등장하면서다. 장거리는 철도가, 단거리는 자전거가 대신했다. 그런 기차와 자전거도 자동차가 등장한 뒤로는 마차의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매연과 교통혼잡 등 자동차의 값비싼 기회비용이 부각되면서 자전거가 다시 대체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무공해에 저렴한 인프라 비용으로 운동과 교통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자전거는 현대 최적의 운송수단이다.

▦ 서울시가 자전거를 선진 도시들처럼 여가용이 아닌 생활교통수단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저비용 고효율의 ‘서울형 공공자전거’를 확대한다고 한다. 시내 5대 거점의 대중교통 연계지점을 중심으로 무인대여소를 촘촘하게 설치해 출퇴근이나 생활수단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자전거 공공서비스의 원조격인 프랑스 파리와 미국 워싱턴 등은 자전거가 시민의 발이 된 지 오래여서 우리가 때늦은 감이 있다. 자동차에 밀려났던 자전거가 다시 자동차를 몰아내는 시대라니 아이러니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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