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의 희망퇴직이 현실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29일까지 1,121명(20.4%)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국민은행은 5월 22일부터 29일까지 임금피크제 직원 1,000명과 일반 직원 4,5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애초 국민은행은 800~1,000명 정도가 희망퇴직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1121명이나 됐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주도한 이번 희망퇴직은 조직 슬림화와 인력구조 개선을 통해 경영 효율화를 꾀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국민은행 측은 최소 절반 이상의 성공은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다.
2010년 어윤대 전 회장 시절 희망 퇴직자는 3,200명이었던 것에 비해 이번 희망퇴직을 지원한 인원은 적다. 그러나 지난해 88명과 비교하면 대단히 큰 수치다.
특히 이번 희망퇴직은 윤 회장이 제시한 청년실업과 정년연장 문제 해법을 노조측이 전향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이뤄질 수 있었다. '노사 합의'로 이뤄진 몸집 줄이기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부여 할 수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과 임금피크제도 개선을 통해 정년 연장과 청년 고용문제 해결에 기여하며 세대 간 상생 모델을 구축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의 실험은 한국사회의 정년 연장과 청년 '고용 절벽' 문제의 한 해법으로 주목 받았다. 정부와 업계에서도 국민은행의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건을 조금만 더 완화하고 기술적으로 대처 했다면 신청자가 더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금피크제 직원과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동시에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지만 조건을 달리한 점이 임금피크제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는 분석이다. 임금피크제 직원에게는 최대 28개월 이내, 일반 직원은 기본 30개월에서 직급에 따라 36개월 이내의 특별퇴직금을 주기로 했다. 그런데 55세 이상 임금피크제 직원들은 정년 60세가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후배들보다 적은 돈을 받고 희망퇴직을 할 이유가 없었다.
또 신청 자격도 최소 15년 이상 장기 근속자 또는 만 45세 이상 직원으로 한정했다.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어느 조직이나 예상 외 직원들이 신청서를 내는 경우가 있는데 국민은행의 희망퇴직 자격이 너무 타이트했다.
희망퇴직을 주저하게 한 가장 큰 이유는 '1년 후 시간제 계약직 재고용'이다. 퇴직 후 바로 재고용이 아닌 1년 뒤라는 단서가 붙어있기 때문에 결정을 하지 못한 직원들이 많았다. 만약 임금피크제 사원과 일반직 사원을 같은 조건으로 하고 시간제 계약직을 퇴사 직후 또는 한달 후로 정했다면 희망퇴직 지원자는 크게 늘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한편 국민은행은 이번 희망퇴직과 함께 지난 2008년부터 도입했던 임금피크제도 새롭게 개선했다. 55세부터 직전 연봉 총액의 50%로 삭감하는 대신 60세까지 정년을 보장하는 방법에서 영업현장을 뛰며 성과급을 받는 마케팅직무, 희망퇴직으로 세분화했다.
국민은행 측은 앞으로 임금피크제를 적용 받는 만 55세 이상 직원들에 대한 희망퇴직을 매년 실시키로 했다. 희망퇴직 제도가 정례화 되면 현재 비정상적인 '항아리형 구조'가 개선되고 신규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게 국민은행의 입장이다.
채준 기자 doorian@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