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2m내 1시간 이상 머물 경우만
밀접 접촉자 분류… 보호자 등 제외
처음 걸린 '슈퍼 전파자' 감기 진단
정부 "판단ㆍ대응 잘못… 사과"
정부의 허술한 초기 대응 때문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 수가 급격히 늘면서 국민들의 불안도 극에 달하고 있다. 첫 번째 메르스 환자인 A(68)씨가 병원에 중동 방문 사실을 알리지 않아 조기 격리되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이후 메르스 감염 의심자가 8일 간 일상생활을 하다 중국으로 출국하고, 환자 절반 이상이 격리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은 정부 대응의 허술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환자 절반 이상이 비(非) 격리자
3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첫 번째 메르스 환자 A씨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14명의 2차 감염자 중 절반이 넘는 8명은 정부의 격리 조치 대상자가 아니었다. 8명 중 5명은 A씨가 5월 15~17일 간 입원했던 병원의 같은 병동을 사용했던 환자이고, 2명은 같은 병동 환자의 보호자, 나머지 한 명은 A씨와 같은 병실을 썼던 환자의 아들로 중국으로 출장까지 간 K(44)씨다. 정부는 지난 달 20일 처음 메르스 환자 A씨를 확인한 후 A씨와 접촉한 가족 및 의료진 64명을 자택 격리했다고 밝혔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당시 가진 기자회견에서 “A씨에게 식사를 갖다 준 급식요원까지 모두 격리하는 등 굉장히 강력하고 광범위하게 격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A씨와 4시간 넘게 같은 병실에 있었던 K씨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고 ‘환자 2m 내에서 1시간 이상 머물 경우’만 밀접 접촉자로 분류해 같은 병동에 있던 환자나 보호자는 제외시켰다.
그러다 지난 26일 격리 대상자가 아니었던 의심자 K씨가 중국으로 출장을 떠났고, 28일에는 격리대상자가 아닌 사람 중에서는 처음으로 A씨와 B병원 같은 병동에 입원했던 남성(71)이 메르스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제서야 정부는 격리 누락자를 찾기 위해 모든 확진 환자 접촉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처음부터 다시 실시하고, 밀접 접촉자 대상을 확대해 B병원 환자 전원을 격리했다. 현재 14명의 환자 중 A씨를 계속 간호해 온 부인(63)과 A씨를 진료했던 A병원 간호사(46), C병원 의사(50) 3명을 제외한 11명은 모두 B병원 환자 및 보호자다.
그러나 정부가 격리 조치를 하지 않은 동안 환자 8명 중 일부가 발열 등의 증상이 발생해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3차 감염 위험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반인과 섞여 지닌 환자 2명, 격리자도 집에서 생활
메르스 환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A씨가 지난 11일 발열 기침 등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후 20일 격리 치료를 받을 때까지 무려 9일 동안이나 다른 사람들과 계속 접촉했기 때문이다. A씨는 병원 네 곳을 옮겨 다녔는데 세 번째 병원까지는 모두 증상을 일반적인 감기로 진단했다. 의료진에게 중동방문 사실을 알리지 않은 A씨, 정부에 적극적으로 신고하지 않은 의료진들의 잘못 등이 더해진 결과다. 하지만 메르스 발병 사실을 확인한 이후 정부의 대응은 더욱 부실했다. 세 번째 환자의 아들이 A씨와 같은 병실에서 16일 4시간 넘게 아버지(세 번째 환자)를 간병했는데도 이를 파악하지 못했고, 결국 K씨는 발열 증상이 나타난 19일부터 26일 중국 출국 때까지 8일간 자유롭게 생활했다.
의심자들에 대한 격리조치 역시 자신들의 집에서 생활하도록 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별도의 시설에서 철저하게 격리하지 않은데다 보건소 요원이 하루 두 번 잠깐씩 방문해 상태를 체크하는 게 정부 격리 조치의 전부였다. 환자가 15명으로 늘자 정부는 31일 50대 이상이면서 다른 질병을 가진 ‘고위험 의심자’들만 별도의 시설에 의무 격리 조치 하겠다고 밝혔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르스의 전파력에 대한 판단과 최초 환자에 대한 접촉자 그룹 일부 누락 등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와 불안을 끼친 점에 대해 사과 드린다”며 정부의 미흡한 대응을 인정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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