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법 역사에서 상고제도만큼 많은 변천을 겪은 제도는 없다. 그 만큼 시행착오도 많았다. 대법원이 “최선책은 아니지만 상고법원 도입이 그나마 현실적인 차선책”이라고 말하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 나왔다.
최고법원이 다룰만한 사건이 아니면 상고를 제한하는 ‘상고허가제’가 대법원 본래 역할을 회복하는 방안이란 데에는 법조계 내부에서 큰 이견이 없다. 미국 일본 독일에서는 상고허가제가 정착, 시행되고 있다. 우리 헌법도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는 보장하지만 그것이 꼭 세 번 재판을 받고 마지막은 대법관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진 않고 있다. 앞서 우리 사법부는 1981년 대법원의 사건 적체를 해결하기 위해 ‘상고허가제’를 시행한 적이 있다. 그러나 국민의 법 감정과 달리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도입 9년 만에 폐지됐다. 상고사건 100건 중 5,6건만 원심과 판결이 달라지지만, 대법원이 사실판단을 뒤집는 경우도 종종 있는 탓에 소송당사자들이 ‘끝까지 가보자’는 심리가 강한 때문이었다. 상고허가제 폐지 이후 1994년 심리를 아예 진행하지 않는 ‘심리불속행’제도가 도입 됐는데 오히려 사법불신의 역효과만 낳았다.
이 보다 앞선 1959년 대법원은 대법관과 일반 법관의 이원적 구성으로 상고심을 심리했으나 헌법상 지위가 다른데 동일한 권한을 갖는 것은 모순이란 지적이 많았다. 그래서 1961년 지금 일본처럼 대법원과 고등법원이 상고심을 나눠 맡는 상고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이마저 고법 별로 같은 사안에 다른 판례를 남기는 등 판례 통일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2년 만에 사라졌다. 이런 과정을 거쳐 1963년부터 지금까지 상고심은 대법원이 맡고 있다. 대법관 수는 1969년 16명(대법원장 포함)까지 늘어났으나 1981년 3명이 줄었다가 현재는 14명으로 운용되고 있다. 그러나 상고사건이 크게 늘면서 2003년부터 고등법원에 상고부를 둬 일반사건 상고심을 맡는 방안이 논의됐고, 2005년 말 관련 법률안이 발의됐으나 2008년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작년 6월 발의된 ‘상고법원’ 설치안의 경우 국회에서 1년째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번 19대 국회 임기는 내년 5월29일까지다.
손현성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