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李ㆍ자두나무)가 도(桃ㆍ복숭아나무) 대신(代身) 강(쓰러지다)했다. 이대도강은 형제간의 우의를 상징했다고 한다. 복숭아나무가 병이 들어 시름시름 앓으니 옆에 있던 자두나무가 이를 보고 마음이 병들어 먼저 죽었다는 중국의 옛 이야기가 있었다. 이야기가 세월을 타고 흐르다 ‘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를 대신해 죽었다’는 시어(詩語)로 사용됐고, ‘복숭아나무를 살리기 위해 옆에 희생용 자두나무를 심어 벌레들을 유인한다’는 손자병법 36계의 하나로 정착된 모양이다.
▦육참골단(肉斬骨斷)이란 말도 있다. 살을 베어내고 뼈를 끊는다는 말이다. 일본의 전설적 사무라이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藏)가 필살기술 중의 하나로 갈파했다고 한다. (일부러)자신의 살을 베이면서 상대방의 뼈를 끊어버린다는 의미다. 평생 수많은 고수와 목숨을 건 대결을 했지만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다는 무서운 칼잡이의 집념과 독기를 느낄 수 있겠다. 이도대강이나 육참골단이나 좀 더 큰 것을 살리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것을 희생시켜야 한다는 정도의 의미다.
▦우산지목(牛山之木)이란 말도 있다. 우산에 있는 나무다. 원래 우산에는 나무가 많았는데 동네사람들이 뽑아가고 베어가서 쓸모 없는 민둥산이 되었다는 맹자의 말씀이다. 원래 인간은 착한 성품을 많이 갖고 태어났는데, 욕망의 세파에 시달리다 보니 그러한 성품을 다 잃고 강퍅한 벌거숭이가 되었다는 의미다. 나무를 많이 심고 잘 가꾸어 원래의 우산으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사라지고 등돌린 인재들을 찾아내고 양성해 전성기 모습을 되찾자는 각오도 되겠다.
▦세 가지 4자성어가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의 모토가 된 모양이다. 이도대강, 육참골단은 문재인 대표와 조국 서울대 교수가 주거니 받거니 하며 당의 생존전략으로 소개했고,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당의 부활을 다짐하며 우산이목을 꺼냈다. 말들이 너무 어렵고 낯설다. 당 내에선 자두와 복숭아가 각각 누구이며, 살은 어느 편이고 뼈는 어느 편인지 말들이 생기고 있다. 민둥산에는 씨앗을 뿌리자, 묘목을 키우자, 아예 큰 나무를 옮겨 심자 등 다툼도 나온다. 지금은 말의 잔치를 벌일 때가 아니다.
정병진 논설고문 bj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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