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필용 사건' 피해자 유족 소송엔
법원, 3억6500만원 국가배상 판결
사상 최악의 사법살인으로 이어진 ‘1차 인민혁명당 사건’의 피해자들이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1965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지 50년 만의 일이다. 1974년 선고 18시간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2차 인혁당 사건’ 관련자들은 이미 2007~2008년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바 있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960년대에 북한 지령으로 반정부 조직을 결성한 혐의(반공법 위반 등)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고(故) 도예종씨 등 1차 인혁당 사건 연루자 9명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옛 반공법 위반의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봐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서울고법은 “피고인들의 몸에 고문의 흔적으로 보이는 상처가 있었고, 중앙정보부의 불법 감금과 폭행 또는 가혹행위 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1차 인혁당 사건은 1964년 8월 중앙정보부가 “북괴의 지령으로 결성된 반정부 조직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던 사건이다. 당시 기소된 도씨 등 13명은 이듬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이후 1974년 유신반대 시위가 확산되자 중앙정보부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2차 인혁당 사건) 조작에 나섰고, 또 다시 여기에 연루된 도씨 등 8명에겐 사형이 선고됐다.
이날 선고는 2차 인혁당 사건뿐만 아니라 1차 인혁당 사건 역시 박정희정권에서 조작ㆍ날조된 사건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국면이던 2012년 9월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나’라는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선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나? 그래서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는가”라며 사과를 거부한 적이 있다. 1차 인혁당 재심 사건에 대한 최종 판결까지 보고 사과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취지였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부장 정은영)는 박정희정권 때의 대표적인 권력 스캔들인 ‘윤필용 사건’의 피해자인 고 이정표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3억6,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 사건은 1973년 윤필용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이 술자리에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박정희 대통령은 노쇠했으니 물러나게 하고 형님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고 말한 게 쿠데타 음모설로 번져 윤 사령관과 부하들이 횡령ㆍ수뢰 등 혐의로 처벌된 일이다. 이씨는 당시 육군 범죄수사단 대위였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