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조용하고 든든한 한국식 내조, 좋은 평가 받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조용하고 든든한 한국식 내조, 좋은 평가 받아

입력
2015.05.31 17:27
0 0

남편이 먼저 "한국부터 가자" 의지… 일정 빡빡해 가족 만남은 3시간 뿐

"미국에서 한인 뿌리 내리려면 선거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유미 호건 여사는 29일 인터뷰에서 "한인들이 미국서 더 깊은 뿌리를 내리려면 정치 참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유미 호건 여사는 29일 인터뷰에서 "한인들이 미국서 더 깊은 뿌리를 내리려면 정치 참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113년 미국 이민 역사에 첫 한국계 주지사 퍼스트레이디로 기록된 만큼‘한국식 내조’로 꾸준히 정성 다 해야죠.”

남편인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와 함께 최근 한국을 방문한 유미 호건(김유미ㆍ55) 여사는 지난달 29일 서울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남편 뒤에서 조용히, 든든히 받쳐주는 한국식 내조가 유권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7일부터 5박6일 동안 국내에 머문 뒤 중국과 일본을 사흘씩 방문할 예정인 그는 “중국, 일본 일정과는 달리 한국 행사에는 남편을 따라 모두 참석한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민주당 텃밭이었던 메릴랜드주에서 공화당의 호건 후보가 주지사로 당선된 일은 미 중간선거 사상 최대의 이변으로 꼽힌다. 미국 언론은 당시 호건 주지사의 승리 비결 중 하나로 ‘호건의 가정 배경’을 꼽기도 했다. 한국계 아내와 딸 셋을 둔 호건 주지사가 아시아계는 물론 비(非)백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수월하게 끌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남도 나주에서 태어난 호건 여사는 20대 때 한국인 남편과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혼 뒤 세 딸을 홀로 키우던 그는 2004년 당시 부동산개발업자였던 호건 주지사를 만나 결혼했다. 이후 정치에 입문한 남편에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호건 여사는 “손님을 집으로 초대했을 땐 일일이 마중 나가 인사하고, 남편에게 부엌일을 돕는 대신 손님과 깊은 대화를 나누게 하는 것 등 주위에서 한국식 예절을 좋게 봐줬다”고 설명했다.

호건 주지사는 취임 직후 메릴랜드주 첫 한인 출신 장관으로 지미 리(한국명 이형모)를 소수계 행정장관으로 임명하고, 주지사 관저에 김치냉장고를 들여놓는 등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 한중일 방문 일정에서도 한국을 가장 먼저 찾아 제일 오랜 기간 머무르며 스스로를 ‘한국 사위’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호건 여사는 “남편이 먼저 ‘한국부터 가야 한다’고 의지를 보였다”며 “어떻게 하면 한국 기업과 단체가 메릴랜드주에서 다양한 기회를 얻어갈 수 있을지 오랫동안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방한 기간 동안 경제 부문 관계자들과 최대한 많이 만날 수 있도록 계획했기 때문에 한국에 사는 가족 70여명을 만날 시간이 3시간 밖에 없을 정도”라고 했다. 호건 주지사는 지난 6일간 중소기업청과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계 인사들뿐만 아니라 경기·전남도 등 지방자치단체와의 교류협력 사업을 논의했다.

메릴랜드주의 가장 큰 도시인 볼티모어에서는 최근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가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숨지며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흑인들의 폭력 시위가 이어졌다. 취임한 지 채 1년도 안 된 호건 주지사에겐 큰 난관이었지만, 미 사회는 폭동 직후 집무실을 사실상 볼티모어로 옮기는 등 신속한 대응에 나선 그를 높이 평가했다. 호건 여사의 내조 역시 빛을 발했다. 호건 여사는 “시위가 일어난 직후부터 관저를 나선 남편은 이후로도 밤낮 없이 현장으로 달려갔다”며 “나는 남편을 도와 특히 볼티모어에서 소규모 상점을 하는 한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장사를 얼른 접고 피하라’고 목이 쉬도록 당부했다”고 말했다. 호건 부부는 볼티모어 사태로 피해를 본 한인 상인 150명 가량을 주의회로 불러 주정부로부터 어떠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회를 세 차례 열기도 했다.

‘이민자 1세’로서 교포들의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호건 여사는 미주 한인들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볼티모어 사태 때 상점이 불에 타고 물건을 전부 도난 당하는 상황이 이어져도 한인 상인들은 장사를 쉽게 접지 못해 안타까웠다”며 “목숨을 걸고 생업을 이어가고, 자신을 희생해 가며 자녀 교육에 매진하는 대신 좀 더 여유 있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고 했다.

호건 여사는 또 “한인 비중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정치 참여 정도가 너무 적다”며 “일하는 데 열심인 한인들은 이제 정치적 목소리를 높일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권자 등록 캠페인 때도 내가 다가가면 ‘나 바빠요’라며 지나쳐버리는 한인들이 많았다”며 “한인들이 뿌리를 내리고 사려면 무엇보다 선거 참여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