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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장관도 없는 질병관리본부 찾은 까닭

입력
2015.05.31 16:53
수정
2015.05.3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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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3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를 방문,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관련 현안보고를 받은 뒤 나오며 김성주 국회 보건복지위 야당 간사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향한 새정치민주연합의 ‘2차 공격’이 시작됐습니다. 공무원 연금 개혁안 처리 과정에서 ‘논란의 발언’들로 혼란을 부채질하고 이에 대한 야당의 사퇴 압력에도 ‘뻣뻣하게’ 맞서면서 야당 의원들의 속을 부글부글 끓게 만들었던 문 장관을 향해 이번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부실 대응 카드로 또 한번 압박에 나서고 있습니다.

당장 31일 문재인 대표가 보건복지위 소속 야당 의원들과 함께 충북 오송의 질병관리본부를 직접 가는 일정부터가 의미 심장합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에게 “일부에서는 문 장관으로부터 직접 메르스 사태에 대한 보고를 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했지만 어차피 문 장관은 지난번 보건복지위 상임위 때도 봤듯이 내용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며 “아무 것도 모르는 장관을 불러다 캐물어 봐야 사태 파악은커녕 화만 더 날 테니 실무 책임자인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전했습니다.

새정치연합 측은 메르스 환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고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져 가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 하는 것은 역풍이 불 수 있다고 보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을 기본 스탠스로 잡고 있습니다. 문 대표의 이날 방문 장소를 두고도 질병관리본부를 갈지 아니면 실제 환자들이 격리돼 있는 국립의료원을 갈지를 놓고 고민했다고 합니다. 먼저 상황이 이렇게 된 게 어떤 이유에서 비롯했는지 철저히 따진 뒤 그 책임을 따끔하게 따져보겠다는 것이 지도부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무작정 장관 불러다 얘기 듣는 것보다는 실무 책임자에게 확실하게 내용 파악부터 하자는 것이 관리본부 방문의 이유라고 합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조심스럽게 접근하자는 측면이 크다”면서 “또 한편으로는 문 장관을 확실하게 몰아붙이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봐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문 대표가 문형표 장관을 빼고 질병관리본부를 찾아 보고를 받겠다는 것도 문 장관을 압박하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문 장관이 그 동안 어떤 발언과 판단을 했고 어떤 잘못을 했는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뜻도 담겨 있습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메르스 관련 보건의약단체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대한의사협회, 병원협회, 간호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약사회, 제약협회, 한국건강관리협회,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10개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더구나 일요일에 일정을 잡은 것도 바로 다음날인 1일 새누리당과 정부의 당정협의회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그 전에 국민들을 상대로 정부, 여당이 얼마나 무책임하게 대응하다 상황을 키웠는지를 분명히 알리겠다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앞서 공무원 연금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문 장관의 모습에 야당 의원들은 기가 막히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세대 간 도적질’ 발언으로 야당을 자극하고서도 유감 표명이나 사과 한 마디 없이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은 야당 측을 크게 자극했다는 것인데요. 여야가 공무원노조 등 당사자들까지 참여시킨 사회적 기구라는 틀을 만들어 몇 달 동안 어렵게 만든 합의안을 비판하면서 청와대와 함께 정치권 전체를 몰아붙인 ‘과거’를 야당으로서는 결코 잊을 수 없겠죠. 그래서 이종걸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 협상 과정에서 문 장관의 사퇴 카드를 꺼내 강하게 밀어붙였고, 결국 유승민 새누리당 대표도 야당 측 반발이 워낙 강경하다보니 적절한 시점에 문 장관의 유감 표명을 듣는 선에서 야당의 반발을 누그러뜨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여야가 공무원 연금 법안의 처리를 놓고 막판 줄다리기를 벌일 당시 새정치연합 전략팀에서는 굳이 공무원 연금 협상 때문이 아니더라도 메르스라는 더 큰 이슈가 뒤에 남아 있고 그걸 지렛대 삼아 문 장관을 충분히 공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굳이 이번 협상의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메르스 사태 파장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 새정치연합 입장에서는 어느 시점에 어떤 강도로 문 장관을 압박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문 장관이 어떻게 대응할 지도 사뭇 궁금해 집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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