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향한 새정치민주연합의 ‘2차 공격’이 시작됐습니다. 공무원 연금 개혁안 처리 과정에서 ‘논란의 발언’들로 혼란을 부채질하고 이에 대한 야당의 사퇴 압력에도 ‘뻣뻣하게’ 맞서면서 야당 의원들의 속을 부글부글 끓게 만들었던 문 장관을 향해 이번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부실 대응 카드로 또 한번 압박에 나서고 있습니다.
당장 31일 문재인 대표가 보건복지위 소속 야당 의원들과 함께 충북 오송의 질병관리본부를 직접 가는 일정부터가 의미 심장합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에게 “일부에서는 문 장관으로부터 직접 메르스 사태에 대한 보고를 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했지만 어차피 문 장관은 지난번 보건복지위 상임위 때도 봤듯이 내용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며 “아무 것도 모르는 장관을 불러다 캐물어 봐야 사태 파악은커녕 화만 더 날 테니 실무 책임자인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전했습니다.
새정치연합 측은 메르스 환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고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져 가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 하는 것은 역풍이 불 수 있다고 보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을 기본 스탠스로 잡고 있습니다. 문 대표의 이날 방문 장소를 두고도 질병관리본부를 갈지 아니면 실제 환자들이 격리돼 있는 국립의료원을 갈지를 놓고 고민했다고 합니다. 먼저 상황이 이렇게 된 게 어떤 이유에서 비롯했는지 철저히 따진 뒤 그 책임을 따끔하게 따져보겠다는 것이 지도부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무작정 장관 불러다 얘기 듣는 것보다는 실무 책임자에게 확실하게 내용 파악부터 하자는 것이 관리본부 방문의 이유라고 합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조심스럽게 접근하자는 측면이 크다”면서 “또 한편으로는 문 장관을 확실하게 몰아붙이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봐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문 대표가 문형표 장관을 빼고 질병관리본부를 찾아 보고를 받겠다는 것도 문 장관을 압박하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문 장관이 그 동안 어떤 발언과 판단을 했고 어떤 잘못을 했는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뜻도 담겨 있습니다.
더구나 일요일에 일정을 잡은 것도 바로 다음날인 1일 새누리당과 정부의 당정협의회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그 전에 국민들을 상대로 정부, 여당이 얼마나 무책임하게 대응하다 상황을 키웠는지를 분명히 알리겠다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앞서 공무원 연금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문 장관의 모습에 야당 의원들은 기가 막히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세대 간 도적질’ 발언으로 야당을 자극하고서도 유감 표명이나 사과 한 마디 없이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은 야당 측을 크게 자극했다는 것인데요. 여야가 공무원노조 등 당사자들까지 참여시킨 사회적 기구라는 틀을 만들어 몇 달 동안 어렵게 만든 합의안을 비판하면서 청와대와 함께 정치권 전체를 몰아붙인 ‘과거’를 야당으로서는 결코 잊을 수 없겠죠. 그래서 이종걸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 협상 과정에서 문 장관의 사퇴 카드를 꺼내 강하게 밀어붙였고, 결국 유승민 새누리당 대표도 야당 측 반발이 워낙 강경하다보니 적절한 시점에 문 장관의 유감 표명을 듣는 선에서 야당의 반발을 누그러뜨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여야가 공무원 연금 법안의 처리를 놓고 막판 줄다리기를 벌일 당시 새정치연합 전략팀에서는 굳이 공무원 연금 협상 때문이 아니더라도 메르스라는 더 큰 이슈가 뒤에 남아 있고 그걸 지렛대 삼아 문 장관을 충분히 공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굳이 이번 협상의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메르스 사태 파장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 새정치연합 입장에서는 어느 시점에 어떤 강도로 문 장관을 압박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문 장관이 어떻게 대응할 지도 사뭇 궁금해 집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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